“대통령 규제완화 주문에 역행”
백화점업계 강한 반발에
공정위 “거래방식 자율결정 사안”
‘특약매입 축소’ 작년 입장 뒤집어
세일광고비 입점업체 전가 금지 등
비용분담 가이드라인은 계속 추진
백화점업계 강한 반발에
공정위 “거래방식 자율결정 사안”
‘특약매입 축소’ 작년 입장 뒤집어
세일광고비 입점업체 전가 금지 등
비용분담 가이드라인은 계속 추진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과 입점업체 간 특약매입 거래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기로 한 ‘유통분야 거래 공정화 추진정책’을 백화점 업계의 ‘대통령의 규제완화 주문’에 역행한다는 반발에 밀려 사실상 포기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2일 세종시 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특약매입 거래를 직매입 형태로 전환하도록 백화점 업계에 권고한 사실이 없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가 거래방식을 특약매입으로 할지 직매입으로 할지 여부는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는 백화점과 입점업체 간 특약매입 거래가 부작용이 크다고 보고, 특약매입 거래 비중 축소를 유도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정위의 정책 후퇴는 <한겨레>가 지난 5일 백화점이 특약매입 거래 과정에서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특약매입 비용분담 가이드라인’ 제정 방침을 보도한 이후, 백화점 업계가 “공정위가 거래관행을 바꾸라고 압박하는 것은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배치된다”고 반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백화점과 입점업체 간 특약매입 거래는 백화점이 안 팔린 물건은 반품하는 조건으로 상품을 외상매입해서 판매한 뒤 일정 수준의 판매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상품대금을 입점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형마트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매입 거래’와 구분된다.
공정위는 그동안 특약매입 거래에 대해 법상 매입상품의 소유권이 백화점에 있지만, 실제 상품관리를 입점업체에 맡기면서 판매수수료 외에 판매촉진비, 매장관리비 등 각종 비용을 입점업체에 반강제적으로 전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왔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김동수 전임 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초 ‘유통분야 거래 공정화 추진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백화점은 특약매입 거래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역기능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약매입 거래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의 이행 평가지표에 직매입 비중, 판매수수료 인하 여부 등을 기본항목으로 포함시키고 배점도 상향 조정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또 특약매입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업계, 전문가, 학계 등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날 특약매입 비용분담 가이드라인 제정은 애초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특약매입 가이드라인을 통해 백화점이 주도한 세일 광고나 고객에 대한 상품권·사은품 증정 행사 비용을 입점업체에 떠넘기는 것을 금지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백화점이 직접 벌이는 세일 광고나 상품권·사은품 증정 행사 비용은 이미 백화점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는 반박에 대해 “백화점 업계의 주장이 맞다면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더라도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는 또 세일이 백화점의 일방적 지시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오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입점업체들에 자발적으로 세일 행사에 참여하도록 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참여를 강요한다면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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