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케이비(KB)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케이비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카드 개인정보 유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만 바라보고, 검찰은 구속자를 늘려갈 뿐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인 신용카드 3사는 유출 시점도 파악 못 한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을 정리해봤다.
① 금융당국도 검찰도, 어디까지 정보 유통됐는지 모른다
② 금융당국 추가유출 알고도 13일간 안알려
③ 불법정보로 ‘장사’한 금융회사 누군지 함구
④ 카드사 내부직원 공모 의구심 더욱 짙어져 ■ 어디까지 유통됐나? 창원지검은 17일 카드 3사에서 빼낸 8000여만건의 정보를 신용정보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박아무개씨로부터 넘겨받은 대출광고업자 조아무개씨가 다시 건넨 정보로 영업한 정아무개씨 등 5명의 대출중개업자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창원지검은 14일에도 중개업자 4명을 구속했다. 이미 구속된 박씨와 조씨를 포함하면 불과 3일만에 구속자가 6명에서 11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최초로 사건 개요가 드러난 지난 1월8일 창원지검 브리핑에선 등장하지 않았던 ‘관련자’는 대출중개업자 모두 8인이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불법 정보 유통 범위가 확산되는 흐름이다. 여기서 시장 유통이 멈췄을지도 단언하기 힘들다. 지난 1월 검찰은 당사자 진술과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2차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는 “유출 정보가 영업에 활용됐다”고 말했다. 이제 검찰도 유출 정보가 지금까지 드러난 8명 외 다른 인물에까지 넘어갔는지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추가 유통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추가 유통이 없었다고 자신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로선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8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다고 정부도 보고 있는 셈이다. ■ 금융당국 언제 알았나? 금융당국이 추가 유출 사실을 파악한 것은 지난 4일이다. 추가 유출 정황을 포착한 창원지검이 농협·롯데카드에 수사 협조 요청을 해온 날이다. 이들 카드사는 관련 내용을 당국에 보고했고, 금감원은 5일부터 현장 검사 연장을 결정한다. 다만 이 때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추가 유출 정황 정도만 파악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4일에 들어온 정보는 박씨가 또다른 시점에 카드 3사에서 정보를 빼냈다는 내용이었다”며 “해당 정보가 유통된 정확한 내용은 (창원지검 브리핑이 있었던) 14일 날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 유출 인지는 4일, 시장 유통 파악은 14일이라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4일 추가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창원지검이 브리핑한 17일까지 고객 고지 등 후속 조처는커녕 아예 입을 닫고 있었다. 심지어 ‘고객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 발표를 위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당국자가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할 때도 추가 유출 정황에 대한 언급은 전무했다. 시장 유통 정보를 10일 남짓 공개하지 않은 배경은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 불법정보로 누가 돈벌었나? 8000여만건의 정보로 실제 영업을 한 인물은 대출중개업자 4명이다. 이 중 이아무개씨는 지난 1월에 불구속기소된 인물이다. 이씨는 당시만 해도 100만건의 정보를 받기는 했으나 영업에 활용을 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었으나, 추가 수사에서 7800만건의 정보를 받고 영업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돈이 필요한 고객에 금융회사를 연결해주는 ‘대출 알선’을 통해 수수료를 받는다. 불법 정보로 고객을 유치한 금융회사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 금융회사의 실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에 의존하고 있는 금융당국도 불법 정보로 돈을 번 금융회사까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닌 대부업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보험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가 불법 정보 활용에 연루될 경우 파장은 커진다. 물론 해당 금융회사가 대출중개업자들의 불법 정보 활용 여부를 사전에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출중개업자 관리 부실과 금융회사 내부 통제 부실 등 여러 측면에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당장 징계가 달라진다. ■ 카드3사 공범 없나? 검찰 수사나 금융당국의 검사에서 정보 유출에 관여한 카드 3사 직원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당국과 카드 3사 쪽은 보안프로그램을 해제해 정보를 빼낸 박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한 카드사 대표는 지난달 초 국회 정무위원회 현장검증 자리에서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추가 수사 결과에서 보듯이, 카드 3사 내부 직원 공모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게 됐다. 박씨는 농협카드에선 2012년 6~7월과 10~12월에, 국민카드에선 2013년 2월과 6월에, 롯데카드에선 2011년 1월과 2013년 12월에 정보를 빼냈다. 모두 박씨가 각 카드사의 보안 강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시기다. 한 마디로 프로젝트 기간 내 박씨가 수차례 정보를 빼냈다는 의미다. 이 프로젝트가 카드사와 박씨의 협업이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카드사 직원 공모의 의구심은 짙어진다. 사실 이 부분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조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김기식 의원(민주당)은 “내부 공모 가능성은 왜 수사하지 않았나”라며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강하게 다그친 바 있다. 당시 황 장관은 “내부 공모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김경락 기자 창원/최상원 기자 sp96@hani.co.kr
② 금융당국 추가유출 알고도 13일간 안알려
③ 불법정보로 ‘장사’한 금융회사 누군지 함구
④ 카드사 내부직원 공모 의구심 더욱 짙어져 ■ 어디까지 유통됐나? 창원지검은 17일 카드 3사에서 빼낸 8000여만건의 정보를 신용정보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박아무개씨로부터 넘겨받은 대출광고업자 조아무개씨가 다시 건넨 정보로 영업한 정아무개씨 등 5명의 대출중개업자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창원지검은 14일에도 중개업자 4명을 구속했다. 이미 구속된 박씨와 조씨를 포함하면 불과 3일만에 구속자가 6명에서 11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최초로 사건 개요가 드러난 지난 1월8일 창원지검 브리핑에선 등장하지 않았던 ‘관련자’는 대출중개업자 모두 8인이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불법 정보 유통 범위가 확산되는 흐름이다. 여기서 시장 유통이 멈췄을지도 단언하기 힘들다. 지난 1월 검찰은 당사자 진술과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2차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는 “유출 정보가 영업에 활용됐다”고 말했다. 이제 검찰도 유출 정보가 지금까지 드러난 8명 외 다른 인물에까지 넘어갔는지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추가 유통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추가 유통이 없었다고 자신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로선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8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다고 정부도 보고 있는 셈이다. ■ 금융당국 언제 알았나? 금융당국이 추가 유출 사실을 파악한 것은 지난 4일이다. 추가 유출 정황을 포착한 창원지검이 농협·롯데카드에 수사 협조 요청을 해온 날이다. 이들 카드사는 관련 내용을 당국에 보고했고, 금감원은 5일부터 현장 검사 연장을 결정한다. 다만 이 때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추가 유출 정황 정도만 파악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4일에 들어온 정보는 박씨가 또다른 시점에 카드 3사에서 정보를 빼냈다는 내용이었다”며 “해당 정보가 유통된 정확한 내용은 (창원지검 브리핑이 있었던) 14일 날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 유출 인지는 4일, 시장 유통 파악은 14일이라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4일 추가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창원지검이 브리핑한 17일까지 고객 고지 등 후속 조처는커녕 아예 입을 닫고 있었다. 심지어 ‘고객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 발표를 위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당국자가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할 때도 추가 유출 정황에 대한 언급은 전무했다. 시장 유통 정보를 10일 남짓 공개하지 않은 배경은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 불법정보로 누가 돈벌었나? 8000여만건의 정보로 실제 영업을 한 인물은 대출중개업자 4명이다. 이 중 이아무개씨는 지난 1월에 불구속기소된 인물이다. 이씨는 당시만 해도 100만건의 정보를 받기는 했으나 영업에 활용을 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었으나, 추가 수사에서 7800만건의 정보를 받고 영업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돈이 필요한 고객에 금융회사를 연결해주는 ‘대출 알선’을 통해 수수료를 받는다. 불법 정보로 고객을 유치한 금융회사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 금융회사의 실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에 의존하고 있는 금융당국도 불법 정보로 돈을 번 금융회사까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닌 대부업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보험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가 불법 정보 활용에 연루될 경우 파장은 커진다. 물론 해당 금융회사가 대출중개업자들의 불법 정보 활용 여부를 사전에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출중개업자 관리 부실과 금융회사 내부 통제 부실 등 여러 측면에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당장 징계가 달라진다. ■ 카드3사 공범 없나? 검찰 수사나 금융당국의 검사에서 정보 유출에 관여한 카드 3사 직원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당국과 카드 3사 쪽은 보안프로그램을 해제해 정보를 빼낸 박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한 카드사 대표는 지난달 초 국회 정무위원회 현장검증 자리에서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추가 수사 결과에서 보듯이, 카드 3사 내부 직원 공모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게 됐다. 박씨는 농협카드에선 2012년 6~7월과 10~12월에, 국민카드에선 2013년 2월과 6월에, 롯데카드에선 2011년 1월과 2013년 12월에 정보를 빼냈다. 모두 박씨가 각 카드사의 보안 강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시기다. 한 마디로 프로젝트 기간 내 박씨가 수차례 정보를 빼냈다는 의미다. 이 프로젝트가 카드사와 박씨의 협업이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카드사 직원 공모의 의구심은 짙어진다. 사실 이 부분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조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김기식 의원(민주당)은 “내부 공모 가능성은 왜 수사하지 않았나”라며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강하게 다그친 바 있다. 당시 황 장관은 “내부 공모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김경락 기자 창원/최상원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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