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발표
“한국, 원전 주변에 주민 밀집
사고땐 후쿠시마보다 피해 커”
“한국, 원전 주변에 주민 밀집
사고땐 후쿠시마보다 피해 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원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원전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사고위험을 비롯한 간접 비용을 고려해 원전 경제성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정책 제안이 나왔다.
19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원자력 발전비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가칭)발전비용산정위원회를 구성해 원전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신규 원전 도입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저렴한 발전 단가를 근거로 원전을 계속 늘리려는 정부 방침에 제동을 거는 셈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우리나라 원전의 발전원가는 ㎾h당 43.02~48.8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2010년 기준) 자료를 보면, 프랑스의 발전비용은 우리나라의 1.8배, 독일과 일본, 미국도 각각 1.6배 안팎이다. 심지어 중국도 우리보다 발전원가가 다소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규 원전의 건설비가 ㎾당 231만원으로, 미국(640만원/㎾)과 프랑스(560만원/㎾)의 절반 수준인 데서 비롯됐다. 원전 발전원가에서 건설비는 50% 이상을 차지한다. 원전이 몇몇 부지에 밀집돼 있으면서 행정비용 및 입지비용이 절감됐고 낮은 규제비용과 반복적 건설 경험 등이 건설비를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예산정책처는 이런 발전원가(발전비용)에는 중대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나 사용후핵연료 처분, 고압 송전선로의 입지, 안전규제 수준 등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산업사업평가과의 허가형 사업평가관은 “신규 원전 도입을 미루고 원전 건설에 뒤따르는 사회적 갈등 비용 등을 산정하는 방안과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2021년 전력설비 예비율이 30.5%이므로 다른 발전원의 준공 일정이 지켜질 경우, 일부 원전의 준공시기 조정에 따른 전력난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원전 경제성에 대한 재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가장 큰 쟁점이 될 항목은 사고위험 비용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사고위험 비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있기 때문이다.
정부 쪽에선 이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지난 1월 확정된 2차 에너지기본계획(~2035년) 보고서에는 민관합동 워킹그룹의 ‘원전 경제성 검토결과’가 포함됐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년 2월 확정)상의 원전 발전비용이 ㎾h당 46.86원(140만㎾급·가동률 80% 기준)인데 사고위험 대응비용과 사후처리 비용, 정책비용 등을 고려하더라도 49.73~53.68원에 불과해 원전의 경제성이 유지된다는 내용이 뼈대다.
당시 워킹그룹이 채택한 사고위험 비용은 ㎾h당 0.08~16.55원에 불과하다. 전세계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날 확률(0.00035%)에 기반한 추정치다. 환경단체 쪽 위원들이 참고자료로 제시한 사고위험 비용은 ㎾h당 23.7~59.8원으로 훨씬 높다. 원전 주변 지역 인구밀도 등을 고려해 실제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을 바탕으로 산출한 액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경우엔, 이런 비용을 ㎾h당 최대 94.9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예산정책처는 이번 보고서에서 “일본 후쿠시마의 경우 원전 반경 30㎞ 이내에 사는 주민이 16만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고리 원전 32㎞ 반경에 340만명, 월성 원전 주변에는 133만명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사고위험 비용을 추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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