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택 인기 높아 실효 없어”
60㎡ 이하 의무건설 규제 사라져
전문가들 “중대형 늘어날 가능성”
소형주택 부족 현상 빚어질 수도
60㎡ 이하 의무건설 규제 사라져
전문가들 “중대형 늘어날 가능성”
소형주택 부족 현상 빚어질 수도
수도권에서 노후주택을 재건축할 때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을 전체 가구수의 20% 이상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는 규제가 5년 만에 폐지된다. 최근 소형주택 인기가 높아져 주택시장 과열기 때 도입된 이런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조처로 서울 강남권 등에서는 재건축 사업에 따라 소형주택 재고량이 줄어들면서 전월세가격이 오르는 등 부작용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014년도 업무보고’에서 밝힌 주택재건축 사업에 대한 소형주택 의무공급 비율 완화 조처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20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현행 도정법은 재건축 사업 때 전체 가구 수의 60% 이상을 85㎡ 이하로 짓되 과밀억제권역(서울, 인천과 경기 고양·성남·과천 등 수도권 대부분 시)은 이 범위 안에서 소형주택(60㎡ 이하) 비율을 시·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와 경기도는 조례를 통해 60㎡ 이하 주택을 20% 이상 건설하도록 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시·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서울, 경기에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85㎡ 이하 주택을 60% 이상 짓기만 하면 된다.
국토부는 이번 규제 완화 조처가 소형주택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시장 수요의 변화에 따라 자발적으로 소형주택 공급이 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형주택 공급 비율을 일률적으로 규제하지 않고 정비구역별로 특성이나 인근 주택시장 상황 등에 따라 시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례로 제한하지 않더라도 재건축 인허가권자인 서울시 등 광역자치단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정비계획 수립이나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등 인·허가 과정에서 얼마든지 주택 규모별 건설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법률에 따른 소형 의무비율 규제가 폐지되는 데 따라 서울 강남 등 고가주택 수요가 많은 곳에서 재건축 사업에 나서는 단지에서는 기존의 소형주택 비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권에서는 소형을 줄이고 그만큼 중형을 늘려야 재건축 수익성이 나아질 여지가 많다. 최근 수요가 많은 전용 60㎡ 초과 85㎡ 이하의 다양한 주택형과 85㎡ 초과 대형을 고루 짓는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전월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의 전용 60㎡ 이하 소형 중심이었던 저층 아파트가 재건축을 통해 전용 85㎡ 안팎의 중대형 위주 단지로 바뀌는 경우 서민들의 전월세 수요가 집중돼 있는 소형주택 부족 현상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강남권에서도 최근 소형주택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라서 이번 조처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 아파트는 전체 2294가구 중 44.5%인 1020가구를 전용 60㎡ 이하 소형으로 짓기로 하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법적으로는 전용 60㎡ 이하를 최소 458가구(20%)만 지어도 되지만 조합원들이 스스로 소형을 더 선호한 데 따른 것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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