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IMF로 규제 풀었다가
카드대란·벤처거품 양산
노무현정부땐 큰 변화 없어
카드대란·벤처거품 양산
노무현정부땐 큰 변화 없어
역대 정부의 규제개혁 사례
역대 정부들도 규제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 성과는 모두 달랐다. 특히 규제개혁에 나선 동기가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임기말의 모습이 크게 나뉘는 모습이었다.
역대 정부 가운데 규제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김대중 정부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를 겪은 직후에 집권한 경제환경 탓이 컸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 정부에 강력한 규제완화 드라이브(추진)를 요구했고, 정부는 이를 충실히 반영했다. 이에 따라 규제혁신을 위한 규제개혁위원회가 설치됐으며, 규제개혁 실적이 장관 인사평가에 최우선 반영될 정도였다. 그 결과 집권 첫해 1만건이 넘던 전체 규제 숫자가 집권 마지막 해인 2002년 7724건으로 줄었다. 어떻게든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던 셈이다. 그러나 경기활성화에 ‘올인’한 규제완화는 300만명을 웃도는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신용카드 사태와 벤처거품으로 돌아왔다.
진보진영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노무현 정부도 경제적으로는 규제완화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집권 초반인 2003년 신용카드 사태로 서민금융 경색현상이 나타나 금융규제가 주로 완화됐다. 이는 부동산 시장 냉각이라는 악재와 겹쳐 2011년 저축은행 사태라는 결과를 빚었다. 노무현 정부는 규제총량제를 도입해 7855개였던 규제를 이듬해 7707개로 줄였다. 이후 조금씩 늘어난 규제는 2006년 8000건을 넘어서게 된다. 규제완화에 ‘올인’했던 김대중 정부와 달리, 관리 중심으로 접근한 탓에 큰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과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에 등록된 규제 건수 5186건과 5186건은 규제분류 방식을 바꾸면서 나타난 예외적인 현상이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변화는 극적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전봇대 뽑기’로 상징되는 규제완화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집권 2년차인 2009년 1만2905개였던 규제는 2012년 1만4889건으로 크게 늘었다. 2008년 촛불집회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동반성장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정책기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전체적인 규제 증가에도 불구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법인세 인하 등 굵직한 선물을 기업에 안겼다.
청와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 시스템이 내용면에서 역대 정부와 분명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는 신설 규제냐 기존 규제냐 구분 없이 핵심 규제 위주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과 제도뿐만 아니라 공무원 행태나 관행도 개혁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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