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납품업체 1만여곳 조사
18.5%가 “위법행위 경험” 응답
대규모 유통업법 시행 2년만에
3분의 1 수준 줄었지만 근절 안돼
‘규제완화’ 눈치 보던 공정위
‘법집행 강화’ 지적 우려 뒤늦게 공개
18.5%가 “위법행위 경험” 응답
대규모 유통업법 시행 2년만에
3분의 1 수준 줄었지만 근절 안돼
‘규제완화’ 눈치 보던 공정위
‘법집행 강화’ 지적 우려 뒤늦게 공개
* 불공정 개선법 : 대규모 유통업법
한 대형 유통업체는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구매해 고객에게 팔았으나, 고객이 계약을 취소하자 아무 잘못 없는 납품업체에게 해당 상품을 부당하게 반품했다.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는 납품업체에게 고객에 대한 사은품 제공 등 판매촉진 행사에 참여하도록 요구하고, 비용도 50% 이상 분담하도록 강요했다.
정부가 대형 유통업체의 납품업체들에 대한 불공정행위 개선을 위한 법(대규모 유통업법)을 시행한지 2년이 지났지만 부당 반품, 판촉비용 전가, 경영정보 요구 등 위법행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1월 대규모 유통업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 53곳과 거래하는 1만개 납품업체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거래기간은 2012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년 3개월 동안이다.
조사 결과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위법행위를 최소 한건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한 납품업체의 비율은 백화점 분야가 23.4%로, 네곳 가운데 하나 꼴이었다. 이어 대형마트는 18.5%, 홈쇼핑은 16%, 편의점은 15.3%, 인터넷쇼핑몰은 9.8%였다. 전체 평균 법위반 경험 비율은 18.5%였다.
납품업체들이 겪은 불공정거래행위를 유형별로 보면 백화점의 경우 서면계약도 없이 납품업체로부터 판촉사원 파견을 받는 불법행위 경험비율이 9%에 달했다. 서면계약 없이 납품업체에게 판촉행사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불법행위 경험률도 5%였다. 대형마트는 판매장려금 서면 미약정(7.5%), 판촉사원 서면 미약정(3.4%) 등의 순서였다. 홈쇼핑은 판촉비용 부당전가(7.5%), 서면 대신 구두로 납품계약(2.8%) 등의 순으로 많았다. 또 납품업체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부당하게 경영정보를 요구(1.8%)하거나 부당 반품(1.8%)을 했다고 응답했다. 납품업체에게 판촉비용의 50% 이상 분담을 강요하는 위법행위 경험 비율은 1.7%였다.
이런 법위반 경험 비율은 공정위가 지난해초에 발표한 대규모 유통업법 시행 전인 2011년도 실태조사 결과에 견주면 그나마 개선된 수준이다. 당시 평균 법위반 경험비율은 66.5%로, 3배 이상 높았다. 또 백화점의 법위반 경험비율도 56.4%로, 두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아직 납품업체 열곳 가운데 두개 꼴로 불법행위를 당하고 있는 현실은 정부가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 법 제정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공정위는 이날 오전 처음 실태조사자료를 배포할 때는 핵심 내용인 납품업체들의 법위반 경험 비율을 제외했다가, 취재진의 확인 요청이 있자, 뒤늦게 관련 자료를 내놓아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완화 드라이브에 대한 눈치보기라는 지적을 낳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납품업체들의 법위한 경험비율이 1년 전보다 낮아졌지만 대규모 유통업법 시행 이후에도 불공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법집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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