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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벤트성 토론 일주일만에…‘규제 허물기’ 실적쌓기 속도전

등록 2014-03-27 19:46수정 2014-03-27 21:37

27일 오전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 앞에서 정부의 중소상공인 퇴출 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최근 정부가 ‘규제완화’를 내용으로 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 일부는 재벌 대기업 편들기”라며 중소상공인 생존권 보장을 정부에 호소했다. 이날 호텔에서는 ‘경쟁환경 변화에 따른 유통업 성장전략’을 주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상생품목 규제 등이 논의되는 유통산업 포럼이 열렸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7일 오전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 앞에서 정부의 중소상공인 퇴출 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최근 정부가 ‘규제완화’를 내용으로 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 일부는 재벌 대기업 편들기”라며 중소상공인 생존권 보장을 정부에 호소했다. 이날 호텔에서는 ‘경쟁환경 변화에 따른 유통업 성장전략’을 주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상생품목 규제 등이 논의되는 유통산업 포럼이 열렸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41개 안건 무더기 해제
원격의료·학교옆 호텔 등
제대로된 토론 한번없이
쟁점 현안 ‘밀어붙이기’

야당 “정부 분별력 상실”
행정절차 무시 비판도
대통령 주재 ‘규제완화 끝장토론’에서 제기된 규제 등 52건 가운데 정부가 완화하기로 한 41건에는 휘발성 강한 사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원격진료’, ‘학교 옆 호텔’ 등 논란중인 현안들이 그런 예다.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규제를 불과 일주일 만에 풀어버렸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벤트성 토론에 이어 ‘실적쌓기용’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규제개혁의 합리성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개선하기로 한 규제 내역을 살펴보면, 정부의 규제개혁 구상이 ‘서비스업 생산성 강화’와 ‘기업활동 자율성 보장’에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먼저 의료·교육·관광 등 유망 서비스산업 영역에 남아 있던 규제의 빗장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가 역점을 둔 것은 보건·의료 분야였다. 정부는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었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고, 오는 6월까지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요건과 절차도 완화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등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준 것이다. 또 외국 교육기관이 국내에서 영어 어학연수를 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고,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이 들어서는 것도 허용했다.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유망 서비스업종에 대한 규제를 중점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소상공인들의 영업 활동에 도움을 주는 규제완화도 들어 있다. 먼저 ‘푸드트럭’ 개조를 위한 기준도 좀더 명확해졌다. 최소 화물 적재공간(0.5㎡)을 확보한 일반 화물차는 자유롭게 푸드트럭으로 구조변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장치 가운데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자동차 튜닝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를 통해 튜닝 부품 인증제 시행 근거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내·외국인 모두 공인인증서 없이 전자상거래가 가능하도록, 전자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고 액티브엑스(X)가 필요 없는 쇼핑몰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불합리한 규제는 경제의 독버섯이란 인식을 갖고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언뜻 불합리한 규제가 철폐돼 자유로운 시장질서가 복원된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과유불급’인 경우다. “규제는 암덩어리”라는 일방적인 시각만 강조된 탓에, 갈등비용은 고스란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장기간 논란의 대상이었던 ‘원격의료’가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허가됐다.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은 정부가 의료 영리화 밀어붙이기에 나섰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와 원격의료를 허용하게 되면 환자들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의약품·의료기기 등에 돈을 쓰게 돼 의료비는 폭등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영리 자회사는 6월, 원격의료 허용은 10월로 날짜까지 못박아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민영화를 규제완화로 밀어붙인 꼴”이라고 비판했다.

‘학교 옆 호텔’ 허용에 대한 교육계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14명은 성명을 내어 “규제철폐의 칼날을 휘두르는 박근혜 정부가 최소한의 분별력조차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학습 환경과 학생 정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마저 죄악시하며 완화한다면 참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규제가 풀리면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7성급 호텔과 이웃하게 될 덕성여중의 백영현 교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7성급 호텔이 들어오면 국가 정상급 투숙객 경호로 총을 든 경호원들이 학교에 들어올 것이고, 그런게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공연한 반대가 아니라 교육에 상당한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 연구위원은 “규제는 누군가에게는 과도한 제재겠지만, 사회적으로는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규칙인 경우가 많다. 청와대가 주재한 끝장토론은 ‘규칙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나왔던 자리였고, 정부가 그것을 그대로 관철시킬 경우 공공성의 침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규제에 대한 일방적인 시각 탓에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규제개혁의 절차와 방법이 무시된 탓에 사회적 비용 관리에 실패하게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경제학)는 “규제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 등 기존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이렇게 이벤트성으로 접근하게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완화에 따른 비용과 혜택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규제완화의 비용은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혜택은 일부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라며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을 막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은 민주 정부의 기본적 구성원리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현웅 김지훈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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