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가스에 200만원 과징금
부당이익의 0.3%에 그쳐
공정위, ‘업계 고질병’ 별 조처 없어
부당이익의 0.3%에 그쳐
공정위, ‘업계 고질병’ 별 조처 없어
재벌 계열의 도시가스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영세 점검업체(고객센터)들을 울린 ‘갑질’을 한 것에 대해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솜방망이 제재를 했다. 이는 노대래 공정위원장이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기업의 거래상지위 남용 근절을 올해 중점과제로 내세운 것을 무색하게 한다.
공정위(위원장 노대래)는 재계 36위인 대성 계열인 서울도시가스가 소비자의 체납 가스요금을 점검업체에게 떠넘겨 공정거래법을 위반(거래상지위 남용)한 에 대해 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서울도시가스는 강서구를 비롯해 서울의 11개구 등 서울 지역의 절반 정도와 고양시 등 경기도 일부 지역에 독점적으로 가스공급을 하는 업체다. 점검업체는 서울도시가스 대신 가스안전점검, 고지서 송달, 체납금 수납 업무들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외주업체로, 2007년까지는 56개가 있었으나 이후 지역간 통합을 통해 19개다.
조사결과 서울도시가스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소비자가 요금을 체납하면 점검업체에게 대신 납부하도록 한 뒤, 대납금액의 10%만 수수료 명목으로 주고 나중에 체납금이 회수되면 대납금을 되돌려주는 책임수납제도를 시행하며 ‘갑질’을 했다. 서울도시가스는 2005년 이후 점검업체에게 대납제도의 수용 여부를 자율 결정하도록 형식상 전환했으나, ‘을’의 위치에 있는 점검업체는 울며겨자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도시가스는 이후에도 체납금 대납제도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되자 2006~2007년 중에 아예 관련 제도를 없애면서, 그동안 미회수된 체납금 중에서 체납기간이 1년 이상인 8억9000만원을 점검업체에 떠넘기는 갑질을 또 저질렀다. 체납금은 이후 3억원이 회수돼, 점검업체에게 전가된 최종 부담액은 2013년 말 기준 5억9000만원이다.
서울도시가스는 또 2008년 2월 점검업체 중 한곳인‘북부 5 고객센터’의 담담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은평뉴타운)가 들어서자 관할권을 계열사인 서울도시개발에 멋대로 넘기고, 2010년에는 두차례에 걸쳐 점검업체들에게 직원 선물을 구입하도록 강제했다가 적발됐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서울도시가스가 체납금을 떠넘겨 얻은 부당이익의 0.3%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법상 5년의 시효(2012년 6월 법개정일 기준)와 과징금 부과 상한선(관련 매출액의 2%)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점검업체 신고 이후 10개월이 지나서야 사건을 늑장처리했다. 또 서울도시가스의 위법행위가 1996년부터 시작됐고, 다른 도시가스업체들도 유사행위를 하는 등 체납금 전가가 업계의 고질병이었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