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중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신제윤 금융위원장.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공정위, 경쟁제한 ‘조례 폐지·개선’ 공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추진하고 있는 경쟁제한성 규제 완화 작업은 ‘경쟁촉진자’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 경제민주화, 사회적 경제(협동조합·사회적 기업)와 같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영역까지 포함시켜, 무분별한 규제완화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공정위는 2007년부터 지자체 대상으로 경쟁제한성 규제 완화 작업을 추진해왔다. 공정위가 지금까지 지자체와 규제완화에 합의한 것은 1252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90건은 이미 개선이 끝났고, 나머지 미결 과제는 올해 상반기까지 끝낼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와 별개로 다른 부처를 상대로 한 규제완화 작업도 벌여왔다. 2010년 국내 주류산업에 대한 규제개선 과제를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류산업에 대한 국세청의 규제가 지나쳐 몇몇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문제제기였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이번 지자체에 대한 규제완화와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 드라이브 간의 연관성을 극구 부정한다. 지자체들에 통보한 2134건의 ‘신규 발굴 경쟁제한적 조례·규칙’도 지난해 10월 한국규제학회에 의뢰해서 받은 용역 결과라고 설명한다. 공정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의 김만환 단장은 7일 “지자체 설명회는 일방적으로 규제완화를 밀어붙이려고 연 게 아니다. 앞으로 지자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 규제완화 대상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합의 통한 조례도 포함 여당 의원도 공정위 행보 비판
“협동조합·사회적 기업 지원에
경쟁제한 잣대 들이대선 안돼” 하지만 이런 공정위의 설명을 석연치 않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공정위가 지자체의 경쟁제한적 규제 완화와 관련해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원 내용까지 포함시킨 전례가 없다. 공정위는 이번에 대형마트의 신규 입점 제한,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 지정, 판매품목 제한 등 최근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진 지자체 조례와 규칙도 문제 삼았다.
공정위가 사회적 경제 지원을 문제 삼은 것은 최근 사회적 흐름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자활기업 등의 연합조직인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신순예 사무국장은 “많지도 않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원을 그나마 끊겠다는 것은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 정면 배치된다”고 반발했다. 국회는 2012년 민주당 주도로 협동조합 기본법을 제정했고, 올해는 새누리당 주도로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공정위에 대한 비판에는 여야 구분이 없다. 새누리당의 사회적경제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지난 3일 한 모임에서 “사회적 경제를 키우자는 보다 큰 국가적 목표를 가지고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경쟁제한 행위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내용 중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처럼 이미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사안도 포함돼 있어 논란을 더한다. 일부 지자체는 설명회에서 “상위 법령 근거가 있고 지역 특성상 필요가 있어 제정한 조례나 규칙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자칫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기존의 사회적 성과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공정위의 행보를 두고 ‘청와대 끝장토론’ 이후 빠르게 진행중인 부처별 규제완화 실적 경쟁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다른 부처들에서는 “공정위가 자체 규제완화가 쉽지 않다고 보고, 지자체나 다른 부처 관련 규제완화로 성과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사회적 합의 통한 조례도 포함 여당 의원도 공정위 행보 비판
“협동조합·사회적 기업 지원에
경쟁제한 잣대 들이대선 안돼” 하지만 이런 공정위의 설명을 석연치 않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공정위가 지자체의 경쟁제한적 규제 완화와 관련해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원 내용까지 포함시킨 전례가 없다. 공정위는 이번에 대형마트의 신규 입점 제한,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 지정, 판매품목 제한 등 최근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진 지자체 조례와 규칙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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