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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보험설계사 60% 1년도 못 버텨…‘고아 보험’ 피해 늘어

등록 2014-04-08 10:01수정 2014-04-08 11:27

열 중 여섯 명 1년 안에 떠나
1년 이상 정착 40% 안팎 그쳐
고객 관리보다 신규 가입 급급
보험사 ‘주먹구구식 채용’ 지적
김아무개(35)씨는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생명보험사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던 고모부 소개를 받아 5년 만기 월 30만원짜리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2년 뒤 보험이 연체됐다는 사실을 보험사의 통지를 받고서야 알았다. 들어뒀던 보험이 5년 만기가 아닌 10년 만기라는 사실마저 보험사와 직접 통화를 하고서야 알게 됐다. 고모부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설계사 일을 그만 둔 상태였다.

보험사는 계약한 설계사의 잘못이라고 주장했고 김씨는 고모부에게 피해가 갈까봐 손해를 무릅쓰고 보험을 해지했다. 김씨는 제대로 정보를 받지 못하고 보험에 가입한 ‘불완전 판매’, 보험 가입 후 설계사가 사라져 보험금 납부 등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 이른바 ‘고아보험’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숙련되는 데 2~3년이 필요한 보험설계업의 특성상 설계업을 막 시작한 지인에게 소개를 받았다가 불완전 판매를 당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받지 못해 만기를 모르고 있거나 보험료 체납 여부도 몰라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2013년 4월에서 12월까지를 기준으로 한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보면 보험설계사로 입사해 1년 이상 정착해 일하는 비율은 생명보험사 35.7%, 손해보험사의 경우 43.7%에 불과했다. 약 60%의 보험설계사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셈이다. 케이비생명(13개월차 정착률 10.7%), 하나생명(13개월차 정착률 8.6%) 등 중하위권 보험사들의 보험설계사 정착률이 특히 낮았다. 이 국장은 “인지도가 낮아 설계사를 구하기 어렵거나 신규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수록 급하게 새로운 설계사를 뽑고 내보내는 행태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업에 종사했던 설계사들은 고객관리보다 신규 가입에 급급한 보험사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설계사를 뽑고 있다고 털어놨다. 진입장벽이 낮은데다 입사 이후에도 제대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퇴사가 쉽다고 입을 모았다. 10년 동안 보험설계업을 했다는 고성진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 위원장은 “설계사들에게 새로운 보험설계사를 소개하라는 할당이 떨어진다. 이런 소개로 보험설계업에 발을 들인 이들은 형식적인 시험만 거쳐 설계사가 되고 지인 영업을 하다가 밑천이 떨어지면 퇴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들이 모집한 고객 가운데 보험에 다시 가입할 가능성이 적은 경우에는 제대로 승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세중 대한보험인협회장도 “이후 고객과의 계약내용에 문제가 생기면 이미 퇴사한 설계사 탓으로 돌리면서 보험사는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흔하다. 보험설계사를 방패막이나 일회용품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경력이 적은 보험설계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설계사 일자리가 사라지면 피해를 보는 계층이 생긴다는 점도 고민해봐야 한다. 다만 고객관리 책임은 보험사에 있기 때문에, 설계사가 사라져 ‘고아보험’ 피해를 입는 문제는 극히 일부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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