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성적표 따라 시장구도 요동
이동통신 3사가 번갈아 영업정지에 들어가 서로 상대방 가입자를 빼앗고 빼앗기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각 업체의 점유율(이하 가입자 기준) 등락 추이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경쟁업체들의 영업정지를 틈타 엘지유플러스(LGU+)가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해 시장구도를 또다시 뒤흔들지, 에스케이텔레콤(SKT)이 목숨처럼 여기는 시장점유율 50%를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만약 에스케이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질 경우, 향후 시장구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케이티(KT)가 30%를 지켜낼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 LGU+ 20% 돌파할까 8일 현재 이동통신시장에서 엘지유플러스는 ‘굶주린 맹수’다. 이 업체는 3월14일부터 영업정지 상태였다가 지난 5일 풀렸다. 게다가 상대 둘(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은 모두 영업정지로 발목이 묶여있다. 엘지유플러스는 영업재개 첫 주말을 낀 사흘(5~7일) 동안 번호이동으로 가입자를 2만3225명 늘렸다. 경쟁업체 가입자를 그만큼 빼왔다는 뜻이다.
엘지유플러스 쪽에서 보면, 전체 가입자의 80%에 이르는 에스케이텔레콤·케이티 가입자가 모두 ‘잠재 시장’이다. 경쟁업체의 우량 고객을 빼오기 위해 월 6만2000원에 음성통화·문자메시지·데이터통신을 무제한 할 수 있게 하는 ‘무한대 요금제’까지 준비했다.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이 통신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 엘지유플러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상철 엘지유플러스 부회장은 “시장점유율 20% 돌파는 기본이고, 진짜 목표는 경쟁업체의 우량 가입자를 유치해 가입자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SKT 50% 유지할까 에스케이텔레콤은 5월19일 끝나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공격은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물어뜯겨야 하는 처지다. 더욱이 가진 게(가입자) 많아 빼앗길 것도 많다. 가입자당 매출이 높은 우량 고객 비율도 높아, 경쟁업체 쪽에서 보면 가장 ‘통통한’ 상대다.
산술적으로 보면, 엘지유플러스가 요즘 끌어오는 번호이동 고객 8명 가운데 5명이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이다. 게다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가입자가 전체 인구 수보다 많을 정도로 완전 포화 상태다. 엘지유플러스 점유율이 높아지는만큼 에스케이텔레콤의 점유율이 낮아지는 구조다. 엘지유플러스의 점유율이 20%를 넘어서는 순간, 에스케이텔레콤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더욱이 오는 27일부터는 케이티도 영업을 재개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그동안 시장점유율 50%를 목숨처럼 여기며 지켜왔다. 혹시라도 힘 조절을 잘못해 50%가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0.5%포인트의 안전 폭을 얹어 50.5%를 유지하는 테크닉까지 써왔다. 시장점유율 50% 고수는 최태원 전 에스케이그룹 회장의 명령이기도 하다. 에스케이그룹 경영진은 기름시장에서 에스케이에너지의 시장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이후 업계 구도가 크게 흔들리면서 시장 주도권을 잃은 것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기름시장과 통신시장은 장치산업이고, 내수산업이라는 점에서 특징이 같다.
■ KT 30% 지킬까 오는 27일로 영업정지 상태가 풀리는 케이티의 반격 강도도 관심사다. 30%대 중반이던 케이티 이동통신 점유율은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빠르게 떨어져 2011년 31.54%까지 추락했고, 지난 2월에는 30.04%로 겨우 3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영업정지가 시작된 3월13일 이후 에스케이텔레콤에 이어 엘지유플러스에 가입자를 뜯기고, 알뜰폰 사업자들한테도 빼앗기면서 3월에는 30% 밑으로 내려간 것으로 추산된다.
케이티는 한 때 국내 통신업계의 ‘맏형’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마케팅 능력에서는 ‘가장 약체’ 취급을 받고 있다. 케이티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을 30%대로 다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4월27일 영업재개에 맞춰 내놓을 새 요금제와 마케팅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동통신 3사의 순환 영업정지가 모두 끝난 뒤 각 업체가 받아들 성적표에 따라 향후 시장구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엘지유플러스는 어렵게 이룬 20% 돌파를 지키기 위해, 엘지유플러스 때문에 각각 50%나 30%를 놓친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는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쪽에선 나쁠 게 없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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