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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비밀연애 시작한 사내커플, 그들의 스마트폰엔 뭐가?

등록 2014-04-09 20:04수정 2014-04-10 15:49

스마트폰 기능 ‘기상천외 활용법’
화면 두드려 잠금 푸는 ‘노크코드’
둘만 통하는 ‘모스 부호’처럼 써

사생활 보호 위한 ‘시크릿 모드’
시월드 탈출용, 사내연애용
엄마눈 피해 게임 숨기는 학생까지
초기 휴대전화에 달린 안테나는 등이 가려울 때 요긴했다. 쇠 재질로 된 안테나를 쭉 뽑아 목 뒤 셔츠 속으로 밀어넣어 긁으면 참 시원했다. 요즘 술자리에서 앞사람 잔이 비었는데 따라주지 않으면 “바빠?”라고 묻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온다. 술 좀 따라 달라는 유머다.

휴대전화 안테나와 문자메시지가 이런 용도로 사용될지 개발자는 예상했을까? 개발자가 그 모습을 보면 상당히 당황하지 않을까.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아무개(29)씨는 최근 애인과 함께 스마트폰을 엘지(LG)전자 ‘지(G)프로2’로 바꿨다. 쓰던 단말기의 액정화면이 깨져 바꿔야 했지만, 무엇보다 이 스마트폰에 채택된 ‘노크코드’ 기능이 탐났다. 박씨는 “노크코드 기능을 보는 순간 남다른 용도가 떠올랐다”며 웃었다. 노크코드는 숫자 입력이나 패턴 인식 대신 화면을 톡톡 두드리는 방식으로 잠금 상태를 푸는 기능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가상으로 4등분한 뒤 미리 정해놓은 순서대로 4~8번 톡톡 두드리면 잠금 상태가 풀린다. 같은 곳을 두드릴 때는 간격이 좁고 다른 곳은 멀다는 점을 이용하면, 모스 부호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박씨는 노크코드 기능을 애인과 암호를 주고받는 용도로 요긴하게 쓰고 있다. 기분 상태를 표현하는 코드 몇 가지를 사전에 공유한 뒤 데이트 때 활용하고 있다. 박씨는 애인과 데이트 약속이 있을 때마다 만나기 전에 암호 코드를 재설정한다. 이를 통해 “나 오늘 자기랑 보내고 싶어”,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으니 신경써 주세요” 등을 표현한다. 그는 “남자친구가 ‘나 자기랑 뽀뽀하고 싶어’라는 암호 코드도 만들자고 한다. 남 앞에서 말하기 껄끄러운 것들을 노크코드 기능을 통해 해결한다”고 남다른 활용법을 소개했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유아무개(40)씨는 ‘시월드’(시댁)를 갈 때마다 노크코드 기능을 활용해 남편한테 암호를 보낸다. 가는 중에 “그만 집에 가자” 등 시부모 앞에서 드러내놓고 말하기 힘든 표현 몇 가지를 코드 패턴으로 정해, 남편 앞에서 두드린다. 유씨는 “군에서 쓰는 모스 부호 같다는 남편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부부 사이의 은밀한 대화에도 써먹고 있다”며 웃었다.

지프로2의 ‘콘텐츠 잠금’ 기능은 엄마가 어린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을 제한하는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4살짜리 딸을 둔 이아무개(35)씨는 콘텐츠 잠금 기능을 활용해 딸의 뽀로로 동영상 이용 시간을 줄였다. 이 기능을 활용해 뽀로로 동영상 하나만 볼 수 있게 했더니 금방 싫증을 냈다. 콘텐츠 잠금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갤러리, 비디오 플레이어, 노트북, 메모 등의 앱에서 감추고 싶은 파일을 골라 숨기는 기능이다. 잠가놓은 파일은 검색이 되지 않는다. 김씨는 “뽀로로 동영상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는 아이를 걱정하다가 고안했다”고 말했다.

엘지전자 김경환 차장은 이에 대해 “우리도 예상치 못했던 활용법이다. 광고 아이템으로 활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입소문을 통해 전해지는 사용자들의 사용기를 보면 기상천외한 생활 속 활용법이 많다. 개발자들도 놀란다”고 덧붙였다.

팬택 스마트폰 ‘베가’ 사용자들의 남다른 ‘시크릿 모드’ 활용법도 다양하다. 사내 연애를 막 시작한 이 과장과 김 대리의 스마트폰에는 둘이 함께 찍은 사진들이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팀원들이 스마트폰 구경 좀 하자고 할 때마다 난감했는데 시크릿 모드 기능을 통해 간단히 해결했다. 둘이 찍은 사진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시크릿 박스에 보관한 다음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준다.

팬택 김문구 차장은 “사용자들의 경험담을 받고 있는데 시크릿 모드를 통해 고등학생은 엄마 눈을 피해 게임을 맘껏 즐기고, 모르는 사람이 잠깐 휴대전화를 쓰자고 할 때도 개인정보 유출 걱정 없이 빌려준다고 하는 등 다양한 경험담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의 남다른 스마트 기기 활용법은 기기 혁신 및 새로운 기능·서비스 개발 아이디어로 활용되기도 한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보행자 내비게이션을 낳고, 나아가 매장 내비게이션까지 등장시킨 게 대표적이다. 초고속인터넷 공유기도 이렇게 등장했다. 이용자들이 빠른 속도를 몇명이 나눠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초고속인터넷 공유기라는 시장을 만들어냈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이를 불법이라고 단속까지 벌인 것을 보면 개발자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활용법이 분명하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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