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에 대한 정부의 영업정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틈새를 노린 불법 보조금 지급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매장에 보조금 지급 광고물이 붙어 있다. 뉴스1
공짜 단말기 준다며 번호이동 종용
청구서 받아보니 휴대전화값 포함
항의하자 “싼 요금제로 개통” 발뺌
3년뒤 고객센터 가입하려고 하니
실사용자와 명의자 달라
‘청소년 요금제’ 가입된 걸 알아
“명의 도용” 항의에 대리점 떠넘겨
취재 들어가자 곧바로 해결
청구서 받아보니 휴대전화값 포함
항의하자 “싼 요금제로 개통” 발뺌
3년뒤 고객센터 가입하려고 하니
실사용자와 명의자 달라
‘청소년 요금제’ 가입된 걸 알아
“명의 도용” 항의에 대리점 떠넘겨
취재 들어가자 곧바로 해결
이동통신 업체들이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번갈아 영업정지를 당하고 있는 요즘도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로 드립니다”라는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자주 온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경쟁업체 ‘보조금 파파라치’들까지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황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입자를 끌어올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투다.
실제로 이동통신 회사와 대리점·판매점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라면 불법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올해 35살인 김현수(본인 요청으로 가명을 씀)씨는 9년 전 에스케이텔레콤에서 엘지유플러스(LGU+, 당시는 엘지텔레콤)로 이동통신 회사를 바꿨다. 최신 휴대전화를 공짜로 줄테니 번호이동을 하라고 해서 따랐다. 한 달 뒤 요금청구서가 왔는데, 요금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다. 세부 내역을 보니, 휴대전화 값이 할부로 청구됐다. 해당 대리점 담당자한테 전화를 걸어 따지자 “대신 저렴한 요금제로 개통해줬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익이니 그냥 쓰라”고 했다.
그로부터 3년쯤 뒤 모바일 고객센터에 접속할 일이 생겨 시도하니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라’고 해 입력했더니, “주민등록번호가 맞지 않다.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경우에는 실 사용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다시 시도해도 접속이 되지 않았다. 엘지유플러스 상담센터 직원은 “명의자는 김현수씨로 돼 있는데, 실 사용자는 다른 사람으로 돼 있다”고 했다. 확인 결과, 김씨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홀 조절 요금제’에 가입돼 있었다. 청소년용 요금제라 성인인 김씨 이름으로는 개통이 어렵자, 청소년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처리한 것이다. ‘대신 저렴한 요금제로 개통해드렸다’는 말이 이를 뜻하는 것이었다.
김씨가 ‘명의 도용’이 아니냐며 실 사용자를 자신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자, 대리점 쪽 연락처를 알려줄테니 그 쪽으로 알아보라며 책임을 미뤘다. 대리점 쪽은 해결방법 알아보고 연락준다고 하더니 그걸로 끝이었다. 다시 엘지유플러스 쪽에 요청했으나 실 사용자 주민번호를 바꿀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게 2년쯤 지난 어느 날, 엘지유플러스 상담원이 “실 사용자라는 개념을 없애고, 모든 것을 명의자 한사람으로 통일했다. 더 이상 명의가 도용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1년쯤 전 무료 문자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엘지유플러스 누리집에 회원 가입을 하려도 시도하자, “실 사용자와 명의자를 일치시킨 뒤 회원 가입을 하라”는 메시지가 뜨며 가입이 되지 않았다. 엘지유플러스 상담센터 직원은 “실 사용자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고 있지 않다. 다른 이유 때문인데,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때문에 이동전화와 인터넷전화·인터넷텔레비전을 묶어 요금할인을 받으려는 것도 안됐다.
김현수씨 사례는 이동통신 업체와 대리점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서라면 불법행위도 서슴치않고 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지르고, 이동통신 회사는 방조한다. 실제로 김씨 사례를 보면, 이동통신 회사 쪽은 청소년 주민등록번호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도용했고, 김씨를 상대로 단말기를 공짜로 주기로 했다가 할부금을 받는 사기를 쳤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위다. 또한 성인인 김씨를 청소년용 요금제에 가입시킨 부분은 이용약관 위반이다. 게다가 가입자의 항의와 애걸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태를 9년이나 유지했다.
더 우려되는 상황은,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들이 주민등록번호 도용 ‘능력’을 갖추고 있고, 또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범죄 행위에 연루되는 상황도 가정해볼 수 있다. 김씨는 “해당 청소년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된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겨레>가 김씨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하자, 엘지유플러스는 즉각 ‘해결’했다. 실 사용자를 김씨로 바꾸고, 김씨한테 10만원의 위로금을 줬다. 김씨는 “이렇게 쉽게 될 것을 왜 9년이나 끌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례가 나뿐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지유플러스는 “예전에 일부 대리점들이 고객유치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해 한 짓 같다. 이는 다른 사업자 쪽도 마찬가지다. 고객 민원 내용을 뒤져, 김씨의 경우와 같은 처지의 고객이 더 있지 않은 지 살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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