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고시 개정 절차 진행
업계 고급 주택단지 개발 선호
브랜드 명성·수익성에 유리
“공동주택 소셜믹스 기능 약해져”
업계 고급 주택단지 개발 선호
브랜드 명성·수익성에 유리
“공동주택 소셜믹스 기능 약해져”
정부가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수도권 민간택지의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과 수도권 요지에서는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지을 때 중대형 주택형 쏠림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단지 안에 다양한 주택형이 배치돼 세대간, 계층간 공존과 조화가 이뤄지는 이른바 공동주택의 ‘소셜믹스’ 기능이 약해진다.
국토교통부는 주택사업자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민간택지에 300가구 이상 민영주택을 지을 때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을 20% 이상 짓도록 한 의무비율 규제를 하반기부터 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주택업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방침을 밝혔으며, 국토부는 이후 관련 고시를 개정하는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국토부는 소형주택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굳이 의무비율을 강제하지 않아도 시장 자율적으로 수요에 따른 주택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외환위기 직후 부동산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폐지했던 전례도 있다고 강조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중소형 주택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민간택지까지 굳이 이런 규제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공공택지와 함께 재건축·재개발, 대규모 도시개발사업 등에는 여전히 소형주택 의무비율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민간택지의 경우 소형주택 의무비율이 폐지될 경우 중대형 쏠림현상이 빠르게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로서는 위치가 좋은 곳에 중대형만으로 이뤄진 고급형 주택단지를 개발하는 게 브랜드 명성과 함께 수익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과거에도 이런 소형비율 규제가 없었을 당시에는 건설사들이 서울 뿐 아니라 용인 등지에서도 고급스러운 중대형 단지를 앞다퉈 분양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중소형 수요가 물론 많지만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중대형 주택 공급은 부족했던 측면도 있기 때문에 업체들로서는 이번 규제 완화에 맞춰 경쟁적으로 중대형 수요를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예상의 배경에는 가구 수는 줄더라도 소형보다 중대형을 많이 지어야 사업이익이 커지는 주택사업의 특성도 자리잡고 있다.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는 같은 초고층 민간아파트인데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잘 지킨 단지와 이를 의도적으로 피해간 단지가 나란히 있다. 두산중공업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한강변에 분양 중인 초고층 아파트 ‘트리마제’는 소형주택 의무비율에 맞춰 대형과 소형의 조화를 꾀한 단지로 꼽힌다. 이 아파트는 총 688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25~49㎡ 소형은 152가구(22.1%)에 이르고 전용 69~84㎡ 중형 326가구(47.4%), 전용 136~216㎡ 대형 210가구(30.5%)를 배치해 중장년층과 1인가구, 신혼부부 등의 소셜믹스를 추구했다. 이에 반해 트리마제 인근에 지난 2011년 입주한 초고층 아파트 ‘한화갤러리아포레’(230가구)는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피하기 위해 300가구 미만으로 가구 수를 줄이면서 전용면적 170~241㎡의 초대형만으로 아파트를 건축한 사례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소형주택 의무비율은 소셜믹스를 고려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볼 수 있다. 현행 국토부 지침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이 5%포인트 범위 내에서 소형비율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등 시장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를 굳이 바꿔야할 근거가 약하다는 뜻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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