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자회사 통해 이미 발 들여놔
LGU+ 참여뜻 밝히자 KT도 “우리도!”
시민단체 “소비조합·중기 생존 위협”
미래부 “우회진입 막을 법 없어”
알뜰폰 사업자단체 “SKT 자진철수”
LGU+ 참여뜻 밝히자 KT도 “우리도!”
시민단체 “소비조합·중기 생존 위협”
미래부 “우회진입 막을 법 없어”
알뜰폰 사업자단체 “SKT 자진철수”
‘잘못 꿴 첫 단추를 풀까. 액세서리로 가리며 그것도 패션이라고 우길까.’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 시장 진출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막으려니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자회사 에스케이텔링크를 통해 이미 발을 들여놓은 게 걸리고, 허용하자니 이통 3사의 독과점을 깨 경쟁을 활성화하자며 알뜰폰을 키운 정책 취지와 맞지 않다. 이런 고민은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들이 이통사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비정상’으로 간주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덩달아 에스케이텔레콤도 곤혹스러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일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 시장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공동 의견서를 이통 3사, 청와대, 미래부, 국회의원 전원 등에게 보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이통 사업자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경제민주화와 알뜰폰 육성 취지에 어긋나고, 알뜰폰 중소기업과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의 생존권을 빼앗는 것이다. 엘지유플러스(LGU+)와 케이티(KT)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금지하고, 이미 진출한 에스케이텔레콤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이통 3사의 알뜰폰 시장 장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곧 국회 미래창조방송통신과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 및 통신소비자협동조합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통 사업자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 문제는 최근 엘지유플러스가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본격 불거졌다. 시민단체들의 눈치를 보던 케이티도 참여 준비를 가시화하고 있다. 엘지유플러스는 “에스케이텔레콤이 알뜰폰 자회사를 통해 영업정지 명령까지 우회하고 있는데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하고, 케이티는 “엘지유플러스까지 참여한다고 선언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에스케이텔레콤이 난처해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정치권과 정부까지 끌어들여 이통 사업자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후발 사업자들한테 “당신들도 들어와”라고 할 수도 없고, 이미 들여놓은 발을 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정부가 알뜰폰 시장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발을 빼겠다. 이 경우 씨제이와 이마트 등도 물러나야 한다. 반면 경쟁활성화 차원에서 알뜰폰 시장을 육성하는 거라면 이통사들의 참여를 막을 명분이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가장 난감한 쪽은 미래부다. 미래부는 그동안 이동통신 3사의 시장 독과점을 깨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권익을 높인다는 취지로 알뜰폰 시장을 키워왔다. 규제를 강화하거나 풀 때 후발 사업자한테 일정 부분 특혜를 주는 ‘비대칭 규제’를 수없이 써도 에스케이텔레콤 중심의 시장독과점 체제가 깨지지 않자 알뜰폰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알뜰폰 가입자는 2011년 7월 48만여명에서 지난 3월말 287만여명으로 증가했고, 4월에는 이통 사업자들의 영업정지 영향으로 더욱 큰 폭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미래부의 알뜰폰을 통한 이통시장 독과점 체제 허물기 정책은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는 모습이다. 그런데 기존 이통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까지 먹겠다며 좌판을 벌였거나 벌이겠다고 하니, 일단 남 보기가 우습다.
미래부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알뜰폰은 누구나 신고만 하면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통 사업자들이 자회사를 통해 들어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알뜰폰 육성 취지에 맞지 않고, 이통사와 알뜰폰 자회사가 손을 잡고 정책 취지를 역행하거나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도 있으니 그냥 방치할 수도 없어 고민이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씨제이(CJ)와 이마트 등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은 마케팅 능력에서 이통사에 맞서기 어려워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잠시 비판을 받더라도 잘못 꿴 첫 단추는 풀고 다시 꿰는 게 맞다. 이동통신 사업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통 사업자들이 거부하면 시민단체들이 힘을 합쳐 강력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알뜰폰 사업자 단체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연합회도 성명을 내어 “이통사들의 시장지배력이 알뜰폰 시장으로 전이되고, 알뜰폰 정책 취지가 훼손될 수 있어 이통사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반대한다”며 이미 진출한 에스케이텔레콤도 자진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