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의원, 법 개정안 발의키로
주식 및 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증거금에 대한 이자가 지급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금융거래 관행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국부유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6일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증권 투자 때 증거금에 대한 이자를 받지 못하는 데 견줘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투자 때 이자를 받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74조 2항을 신설해, 투자자 예탁금 가운데 증거금에 대한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제4-46조)은 고객이 예치한 투자자 예탁금에 대해 이용료(이자)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증권회사가 주식 매매 등을 목적으로 고객이 계좌에 넣어둔 자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위탁 운용시켜 얻은 수익을 이자로 돌려주는 식이다.
원래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증권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는 일종의 대기자금을 가리킨다. 이런 예탁금 가운데 위탁증거금이나 청약증거금 등 증거금 명목의 자금은 통상적인 예탁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고객이 매매주문을 할 때 계약금 형식으로 내는 돈이어서, 대기자금과는 다르게 투자가 실행된 결제자금에 해당한다. 따라서 별도로 이자를 지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이 의원 쪽의 주장이다. 부동산 거래 때 아파트 청약증거금 등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투자자 예탁금에 대해 지급된 이자 총액은 3502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위탁증거금 등 증거금 성격의 자금에 대한 이자 지급액은 692억원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돌아간 몫은 155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는 증거금에 대한 이자 지급 사례가 없다.
이번 법개정안에 따르면, 주식 및 파생상품, 펀드 거래에서 증거금 성격의 자금에 대한 이자 지급 의무가 없어진다. 또 개정안에는 투자자 예탁금 이자를 지급할 때 운용수익이나 발생비용, 평균잔고 등을 고려해 산정 기준을 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이번 법개정안은 그동안 감사원이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에서 모든 투자자 예탁금에 대해 일괄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도록 한 조처와 상반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감사원은 증권회사들이 관행적으로 지급하지 않아온 일부 증거금에 대한 이용료를 지급하라는 감사결과를 금융당국에 통보한 바 있다.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파생상품 투자자 예탁금에 대해서도 증거금 이자가 지급되기 시작했고 그 혜택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에 대한 증거금 이자도 지급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남는다. 주식거래 비중이 높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증거금에 대해 받은 이자 총액은 연간 246억원(2012년 7월~2013년 6월 기준)에 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불합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혜택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어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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