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입구에 안내문 게시 의무화
고객들 힐끔힐끔 따가운 시선
은행들 “사기저하…영업도 지장”
“전반평가도 아닌데…” 볼멘소리
고객들 힐끔힐끔 따가운 시선
은행들 “사기저하…영업도 지장”
“전반평가도 아닌데…” 볼멘소리
“5등급(불량).”
15일 금융감독원의 민원발생 평가 최하등급을 받은 여의도의 한 은행 입구에는 에이포(A4)용지 크기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고객들 몇몇은 힐끔힐끔 안내문을 바라보다 은행에 들어섰다. 이 은행 창구직원은 “고객들이 의아해서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은행전반 평가가 아니라 민원에 관련된 평가라고 다시 안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5월12일부터 8월13일까지 각 금융기간에 일정한 형식을 갖춘 민원발생 평가 결과 안내문을 붙이도록 했다. 등급에 상관없이 모든 금융기관에 자사의 등급을 나타내는 안내문을 붙이도록 돼있지만 5등급을 받은 17개 금융기관 3000여개 지점은 특히 곤욕스럽다. 5등급을 받은 한 은행 관계자는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직원들 사기가 저하되는 데다 고객 영업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평가등급 5등급 업체는 국민은행, 농협은행, 한국에스시(SC)은행, 롯데카드, 신한카드, 알리안츠생명, 에이스생명, 우리아비비생명, 아이엔지(ING)생명, 피시에이(PCA)생명, 롯데손해보험, 에이스(ACE)화재, 에아아이지(AIG)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동부증권, 동양증권, 친애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 등이다. 이 회사들은 같은 기간 누리집 초기화면에도 평가등급을 공시해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84개 금융회사를 상대로 2013년 금융회사 민원발생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미흡), 5등급(불량) 등 5단계로 구분했다. 박주식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기존에도 민원발생 평가 결과를 온라인에서 공시해왔는데 세부적인 규정이 없는데다 온라인에서만 한정적으로 이뤄져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금융기관의 정확한 상태를 고객에게 알린다는 공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영업점 게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5등급 금융기관에 대해 안내문 부착 뿐만 전담 리스크매니저를 두고 민원감축 이행계획을 받는다.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현장검사, 시이오(CEO)면담 등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영업점이 많은 대형은행은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민원감축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2년 연속 5등급을 받은 엔에이치농협은 “지역 단위 농협과 농협은행의 업무 처리 혼선 탓에 민원발생 여지가 많았다”고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민원감축 특별대책반을 운영하고 지역별 전담 민원매니저를 통해 영업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소비자 보호교육과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민원평가과정에서)문제가 된 피싱 등 전자금융사기 민원도 이미 상당부분 줄여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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