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산시스템 도입 내부갈등
이사회서 서로 고성 오가기도
이사회서 서로 고성 오가기도
국민은행에서 금융사고에 이어 내부 갈등까지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다음달 말 사상 처음으로 개별 은행인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실태에 대해 정밀 진단을 벌이기로 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 새 전산시스템 도입을 놓고 은행 경영진 내부에서 갈등이 불거지자 지난 19일 은행검사국 등 검사역 7명을 급파해 특별 검사에 들어간 데 이어 다음달에 대규모 검사인력을 투입해 국민은행 전체에 대한 경영 진단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이 특정 금융사의 전체 분야에 대해 정밀 점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19일 이사회를 열어 아이비엠(IBM) 메인프레임 전산 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안건에 대해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이 제기한 이견을 재논의했으나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보고서 채택을 주장한 이건호 행장 및 정병기 감사와,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사외이사 쪽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감사위원은 국민은행·카드 이사회가 지난달 24일 아이비엠 메인프레임 전산 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한 데 대해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감사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그는 이사회 결정 이후 관련 내용을 중요한 경영 사안이라고 판단해 금감원에 보고했고, 금감원은 현재 이에 대해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내부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 전산기 결정을 위한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유닉스기반 시스템의 가격 경쟁력과 잠재 리스크 요인을 의도적으로 축소·누락한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은행 시스템에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이 떨어지는 하드웨어 조합을 기반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시스템 전환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인들을 알고서도 보고서에 누락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케이비(KB)금융지주(회장 임영록)가 관여했다는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내부 갈등과 관련해 외부출신인 은행장·감사위원과 국민은행 내부세력 간의 갈등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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