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가 내년 1분기에 상장하기로 했다. 3일 오후 경기도 용인 전대리 에버랜드 리조트 들머리에 우산을 쓴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삼성에버랜드 상장 추진 의미
3세들 계열사 지분 낮거나 없어
‘지주회사 전환→합병’ 통해
지분 확보·계열사 지배 ‘묘책’ 거론
‘순환출자 고리 해소’ 불가피해져
“상장추진 결정 갑자기 이뤄져”
이건희 회장 병세와 연관 해석도
‘수조원대 이득’ 비판 피하려
지방선거 전날 발표 시각도
3세들 계열사 지분 낮거나 없어
‘지주회사 전환→합병’ 통해
지분 확보·계열사 지배 ‘묘책’ 거론
‘순환출자 고리 해소’ 불가피해져
“상장추진 결정 갑자기 이뤄져”
이건희 회장 병세와 연관 해석도
‘수조원대 이득’ 비판 피하려
지방선거 전날 발표 시각도
삼성이 사실상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의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에버랜드 사장 등 삼성가 3세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경영권 승계의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삼성 3세들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삼성 핵심 계열사 지분 확보, 삼성그룹 전체 지배권 확보, 오누이 간 계열 분리(재산 분할) 등 3가지로 요약된다. 3세들은 삼성전자·삼성물산·호텔신라·제일기획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이 극히 적거나 아예 없다. 이건희 회장 부부가 가진 삼성전자·생명 등의 주식 12조~13조원어치를 상속받는 데는 세금 납부에 6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 등이 에버랜드와 삼성에스디에스의 상장 이후 보유 주식을 내다팔면 5조~6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에버랜드의 주식 중에서 이 부회장의 몫은 그룹 지배권 확보에 필수적이어서 매각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의 지주회사 전환(1단계)과 지주회사들 간의 합병(2단계)으로 이뤄지는 2단계 구조조정은 삼성가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 등 삼성 3세들이 지주회사의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고, 지주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까지 장악하는 구도다. 이런 방안을 따를 경우 실질적인 지주회사 전환은 에버랜드 상장이 이뤄지는 내년 1분기 이후 가시화할 전망이다.
에버랜드의 상장 이후 지주회사 전환은 후진적 순환출자 고리 해소라는 지배구조 개선 효과도 있다.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현행법상 에버랜드의 주주인 삼성카드, 삼성전기, 삼성에스디아이,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들과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 에버랜드가 비상장인 상황에서는 삼성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19.36%)의 매각이 쉽지 않지만, 상장을 하면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팔면 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렇게 하면 삼성이 갖고 있는 16개의 순환출자 고리 중에서 에버랜드가 끼어 있는 15개가 한꺼번에 해소된다”고 말했다. 또 6개 계열사는 에버랜드 지분 처분을 통해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대응할 수 있는 실탄(9000억~1조4500억원)까지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승계 방안으로는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현행 지배구조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안이 있을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대신 삼성생명의 최대주주 지위를 계속 유지하는 구도다. 하지만 이 방안은 이건희 회장 부부의 주식을 이 부회장이 대부분 물려받는 것이어서, 두 여동생의 큰 양보가 필요하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삼성이 에버랜드 상장 추진을 3일 전격 발표한 것을 두고는 이건희 회장의 병세와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0일 심장마비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지 20여일이 지났으나 아직 병상에 있다. 삼성이 승계작업을 서두르는 것은 이 회장이 설령 회복돼도 경영에 복귀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