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직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상품판매 때는 수신자부담 080
민원은 전국대표번호로 전환
국번 고갈돼 4분기 추가 부여
가까운 지점 연결돼 시외요금도
무한요금제 써도 통화료 나와
민원은 전국대표번호로 전환
국번 고갈돼 4분기 추가 부여
가까운 지점 연결돼 시외요금도
무한요금제 써도 통화료 나와
“상품 살 때는 ‘080’으로 전화 주시구요, 민원 상담 때는 ‘전국대표번호’로 거세요.”
8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상품 판매 상담은 수신자가 통화요금을 내는 080 전화로 받고, 고객 민원 상담은 고객이 돈을 내는 전국대표번호로 받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케이티(KT)는 “전국대표번호(1577·1588·1899) 가입자가 2010년 1만8728명곳에서 2013년 2만2346곳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에 080전화 가입자는 12만5175곳에서 11만2545곳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들이 상품 판매 전화로는 080 전화, 고객 민원 전화로는 전국대표번호 전화를 운용하는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대표번호 국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이전에 부여된 전국대표번호 국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4분기부터 추가 국번을 부여하기로 했다. ‘1587’처럼 뒤 두자리가 같지 않은 번호도 전국대표번호 국번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미래부는 이를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과제에 포함시켜 추진하기로 했다. 전국대표번호와 080전화는 모두 전국에 지점이나 서비스센터를 갖춘 기업들이 주로 이용한다.
전국대표번호는 전국 어디서나 전화번호 하나로 고객 전화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지금은 1566·1577·1588처럼 ‘15xx’ 형태의 국번만을 사용한다. 하나의 전화번호를 사용하되, 전화는 현재 고객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으로 자동 연결된다. 따라서 고객이 전화를 걸면 시내전화로 연결되기도 하고 시외전화 구간을 거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3분당 39원(시내통화)부터 10초당 14.5원(시외통화)까지 고객과 기업 콜센터의 위치에 따라 요금이 다르게 부과된다. 전국대표번호는 지능망 서비스라, 이동통신 가입자가 ‘무한 요금제’에 가입한 경우에도 별도의 통화료를 내야 한다. 기업들은 이를 전액 고객한테 물리기도 하고, 일부를 분담하기도 한다.
080 전화는 ‘수신자 요금부담 전화’라고 불리는데서도 알 수 있듯이, 요금 전액을 받는 쪽(기업)이 낸다. 080 전화의 번호는 ‘080-xxxx-xxxx’ 형태이다. 기업들도 처음에는 080 전화를 많이 운용했으나, 통신업체들이 전국대표번호를 내놓고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줄줄이 옮겨가고 있다.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전화요금이 부담스러우면 민원을 제기하지 말라는 ‘배짱’ 속내를 담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부처장은 “기업이 고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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