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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KT 힘내라는 ‘SKT’… 다음카카오 반긴 ‘네이버’…
공룡들의 선심, 어디까지 진심이니?

등록 2014-06-23 19:41수정 2014-06-24 15:05

IT 선두주자들, 경쟁업체 응원
‘삼성’은 팬택 자금 덜어주며
“후발업체들이 제구실해줘야
시장 키우고, 새사업 기회 생겨”
‘독식’ 뭇매 피해 독과점 유지 속내도
“아우님! 힘내세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업종별로 ‘맏이’ 구실을 하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들이 ‘아우’(후발업체)들의 부진과 낙마 가능성 걱정에 잠을 못이루고 있다. 아우의 선전을 기원하며 바람막이 구실을 자청하는가 하면, 지분 투자를 통해 자금난을 덜어주기까지 하고 있다.

23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케이티(KT)의 선전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특히 황창규 케이티 회장이 잘해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한 고위 임원은 “옛날처럼 케이티가 선전을 해줘야 통신시장과 업계 구도가 안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스케이텔레콤은 요즘 케이티 편에 서서 엘지유플러스(LGU+)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네이버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 다음카카오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면 네이버가 긴장할 것이라던 예상과 전혀 다른 반응이다. 네이버의 한 임원은 “마케팅 현장에서 다음 쪽 사람들을 만날 때도 다음카카오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그러면 저쪽에서 ‘그런 뜻에서 이번 건은 양보하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엘지전자와 팬택의 부진에 속이 새까맣게 타고 있다. 어서 힘을 내 경쟁 상대의 모습을 갖춰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특히 요즘은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낙오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이미 팬택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투자까지 했다. 삼성전자가 경쟁업체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직접 투자까지 한 것은 이례적이다.

상대방 쪽에서 보면 비아냥거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맏이 사업자들은 한결같이 ‘진심’이라고 강조한다. 한 1위 업체 관계자는 “후발업체들이 경쟁자지만, 페이스 메이커이자 동반자이기도 하다. 종종 국외시장에서 표준을 선점하거나 정부 규제에 맞설 때는 한팀이 돼 2인3각 경기를 벌여야 하기도 한다. 후발업체들이 제구실을 해줘야 생태계를 확장시켜 시장을 키우고, 새로운 사업 기회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시커먼’ 속내도 있다. 후발업체들과 점유율을 적당히 나눠가지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 시장 독식 논란을 피하고, 거꾸로 안정적인 독과점 상태를 유지해 잇속을 차리자는 속셈을 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후발업체를 앞세워 정부 규제의 강도를 줄이고, 정부나 국민들로부터 매를 맞을 때 후발업체와 함께 종아리를 걷는 방법으로 고통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정보기술 업종의 특성상 1위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고사할 수밖에 없는데 사회적으로는 이게 용납되지 않으니, 후발업체를 앞세우는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동통신 시장의 경우, 케이티가 30%대 초반의 가입자 점유율을 굳건히 지킬 때는 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케이티 영업이 힘을 잃고, 그 틈을 타 엘지유플러스가 치고 올라오면서 가입자 쟁탈전이 치열해졌다. 그 결과 에스케이텔레콤은 가입자점유율 50%를 고수하는 게 쉽지 않아졌고, 보조금 경쟁을 벌이느라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에스케이텔레콤 임원은 “장기적으로 엘지유플러스를 더 버거운 경쟁상대로 본다. 이석채 전 회장이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해 우리가 입은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경우엔, ‘갑질’ 뭇매를 홀로 맞는 상황을 피해보자는 속셈이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의 주력 사업은 포털, 검색, 플랫폼 성격이라 어쩔 수 없이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점도 있고, 다음과 에스케이컴즈 등도 사업내용이 비슷한데, 시장지배력이 크다는 이유로 홀로 비난 대상이 돼왔다. 다음카카오가 선전을 해 이런 짐도 나눠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엘지전자와 팬택 덕분에 독식 논란을 피해왔다. 하지만 엘지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해 경쟁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팬택까지 낙오하면 독식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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