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2년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건설공사 입찰 짬짜미(담합)로 인해 부과받은 과징금 누적액이 4500억원을 넘어섰다. 건설업계에선 경영난에 허덕이는 업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공정위 제재가 가혹하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반복되는 입찰 담합을 뿌리뽑기 위해선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건설업계 말을 종합하면, 최근 2년 새 공정위로부터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100대 건설사 중 46개사로, 부과된 과징금 누적액은 4500억원에 이른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인천지하철 2호선·대구지하철 3호선·부산지하철 1호선·경인아라뱃길 등 주로 이명박 정부에서 발주한 대형 국책 공사 대부분이 담합 통지를 받았다. 상위 10대 건설사가 담합 처분을 받은 현장은 업체당 평균 4~5건에 이른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현대건설은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대형 공사 입찰에 대부분 참여하면서 가장 많은 6개 현장에 총 6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어 대림산업이 4대강 사업을 포함한 5개 현장에서 527억원, 대우건설은 인천 도시철도 2호선 등 6개 현장에서 423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처분받았다. 삼성물산은 4대강 사업·경인아라뱃길 등 5개 현장에서 374억원, 지에스(GS)건설은 4대강·인천 도시철도 2호선 등 4개 현장에서 414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공정위의 건설사 담합 조사는 올해 들어 더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는 대형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도의 담합 여부를 조사 중이어서, 이르면 내달 중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강릉철도에 대한 담합 조사도 곧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건설업계는 최소 30여개 업체가 또다시 과징금 폭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에스건설의 경우 지난해 7721억원의 당기순손실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87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빚을 내 과징금까지 납부해야 할 처지다.
위기의식을 느낀 건설사들은 지난 20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담합 처분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 철회 요청과 함께 과징금 부과액 축소를 건의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문제의식 없이 관행으로 여겼던 ‘나눠먹기식’ 입찰 등은 앞으로 추방해야겠지만, 과거 발주한 공사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합 근절을 위한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건설업계 담합이 끊이질 않는 것은 공정위 과징금의 징벌 효과가 미흡하기 때문”이라며 “자진신고(리니언시) 감면 등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건설사의 한 임원은 “과징금 부과를 반복하기보다 면허취소 등 회사 문을 닫게 하는 수준의 고강도 제재를 통해 담합이 아예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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