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손실 모두 매도자에 귀속
“정산 완료전 회계장부 제거안돼”
주식 실제 소유자 판단기준 제시
금호석화-아시아나 소송에도 영향
“정산 완료전 회계장부 제거안돼”
주식 실제 소유자 판단기준 제시
금호석화-아시아나 소송에도 영향
주식을 파생상품거래인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양도한 경우 실제로 주식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회계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금융감독당국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기업들이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를 이용해 주식 소유 규제를 회피하는 것이 앞으로 어려워질 전망이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금호그룹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지난 4월25일 금호석유화학에 보낸 ‘총수익스와프 조건부 주식양도의 회계처리에 관한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의 주식을 총수익스와프 거래 시점에 회계장부에서 제거하지 않고, 계약이 끝나 손익정산이 완료된 시점에 장부에서 제거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유 중인 금호산업 주식 12.8%를 지난 3~4월 대신증권에 총수익스와프 방식으로 양도한 바 있다. 총수익스와프 내용은 매수자(대신증권)가 해당주식을 제3자에게 매도할 때까지 매도자(아시아나항공)가 일정 금리를 제공하고, 추후 주식 매각이 이뤄지면 주가 상승과 하락에 따른 수익·손실은 모두 매도자에게 귀속되는 방식이다. 또 해당주식에 대한 의결권·배당권·처분권은 모두 매수자(대신증권)가 보유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식거래는 진성거래가 아닌 차입거래이기 때문에, 회사의 자산항목에서 금호산업 주식을 제거할 수 없다”며, 금감원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에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0월 말 금호산업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해 12.8%의 지분을 확보했다. 금호산업은 이미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30%를 보유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두 회사는 서로 상대방의 주식을 갖게 됐다. 상법상 10% 이상의 상호주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또 공정거래법상 재벌의 상호출자제한 위배에 해당돼 해당주식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신증권과의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통해 주총 전후 두차례로 나눠 금호산업 주식을 전량 양도해,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위반 문제를 모두 해소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회신에서 “금호산업 주식은 총수익스와프 계약기간 중 배당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주식 소유에 따른 순현금흐름은 주로 금호산업 주식의 처분 등에 따라 변동할 것이기 때문에, 금호산업 공정가치의 변동에 따른 위험과 보상의 대부분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형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금융자산을 양도한 경우 양도자가 금융자산의 소유에 따른 위험과 보상의 대부분을 보유하면 해당 금융자산을 계속 (보유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되어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감원의 유권해석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 공시한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금호산업 주식을 여전히 회사의 자산으로 잡고, 총수익스와프를 통해 받은 돈(519억원)을 금융부채로 회계처리함으로써, 파생상품거래가 진성매매가 아니라 차입거래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의 유권해석은 복잡한 파생상품을 이용한 주식거래와 관련해 실제 소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복잡한 파생상품거래를 이용해 주식소유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실제거래와 금융차입을 구분하는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유권해석으로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진행중인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 박삼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한 것은 위법이라며, 주총 결의 무효 소송과 이사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4월1일 법원에 냈다. 법원은 곧 가처분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금호산업은 “금감원의 유권해석은 금호산업 주식의 회계처리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서, 법률상 소유 판단 기준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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