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산업부 다른 결과 ‘교통정리’
측정·판정기준 엄격한 쪽 적용키로
“동일 차량, 다른 결과 송구스럽다”
싼타페·코란도스포츠 ‘부적합’ 결론
매출액 0.1% 과징금 내야
아우디 A4 등 수입차 4종도 부적합
측정·판정기준 엄격한 쪽 적용키로
“동일 차량, 다른 결과 송구스럽다”
싼타페·코란도스포츠 ‘부적합’ 결론
매출액 0.1% 과징금 내야
아우디 A4 등 수입차 4종도 부적합
지난해 국내에서 출시된 차량 가운데 현대차의 싼타페와 쌍용차의 코란도스포츠가 국토교통부의 표시 연비 검증에서 사상 처음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아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두 종의 표시 연비가 적합하다고 판정해 국토부와 불협화음을 냈다. 정부는 이런 두 부처의 상반된 판정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표시 연비 검증을 국토부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2013년 국토부가 검증한 자동차 14종, 산업부가 검증한 자동차 33종의 연비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두 부처는 지난해부터 논란을 일으킨 현대차의 싼타페 2.0 디젤과 쌍용차의 코란도스포츠 2.0 DI의 표시 연비 적합성에 대해 서로 다른 판정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의 검증 연비가 표시 연비보다 각각 8.3%, 10.7% 낮아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이 두 자동차의 복합연비가 허용 오차 범위인 ±5%를 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회사는 최대 10억원 범위에서 매출액의 1000분의 1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2003년 이후 국토부는 상용차, 산업부는 승용차의 연비를 검증해왔으나, 소비자들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2013년 국토부가 다시 승용차 연비 검증에도 나섰다.
산업부는 국토부와 달리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의 검증 연비가 표시 연비의 오차 범위(-5%) 안에 있어 적합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산업부는 이들 차종이 아니라, 수입 자동차 4종의 표시 연비가 부적합하다고 발표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4종의 수입차는 아우디 A4 2.0 TDI,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2.0 TDI, 크라이슬러의 지프 그랜드체로키, 베엠베 미니 쿠퍼 D 컨트리맨이다. 이들은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연비 부적합 판정으로 자동차업체에 과징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참가한 기획재정부의 정은보 차관보는 “정부가 동일 차량의 연비에 대해 통일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연비 사후 검증을 국토부로 일원화하기로 결정했다.
또 앞으로 연비 측정 방법과 판정 기준은 두 부처의 방법·기준 가운데 더 엄격한 것을 적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검증 기준은 산업부의 개별연비를 적용해 제작사가 표시한 도심 연비와 고속도로 연비 모두 허용 오차 범위 안에 들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연비 검증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는 자동차가 늘어날 수도 있다. 국무조정실은 국토부·산업부·환경부의 공동 고시안을 마련해 7월 중 행정예고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의 피해와 관련해 정부는 “해당 회사에 배상을 명령하는 제도는 없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도한 연비 표시로 제작사가 구매자에게 끼친 피해를 보상·배상하라는 집단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미국에서 구매자들에게 4000억원을 보상했으며, 최근 포드도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자발적인 연비 시정(리콜)을 하고 있다.
이날 결과 발표에 대해 현대차는 공식 입장을 내어 “정부 부처의 상이한 결론에 대해 혼란스럽고 유감스럽다. 연비 검증 일원화 방안이 시행돼 혼선이 재발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향후 당사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부적합 판정을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쌍용차는 “정부의 판정이 전달되면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2차 공동 검증까지 하고도 하나의 결론을 내놓지 못한 것은 큰 문제가 있다. 또 구매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국내의 2개 차량, 외국의 4개 차량에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은 과다 연비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본다. 앞으로 사후 연비 검증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김진철 기자 che@hani.co.kr
표시 연비 부적합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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