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지배력 유지하면서
SKC&C·SK 합병 여건 무르익어
최 회장, SKC&C 통해 SK 지배
‘기형적 지주회사 체제’ 지적
‘오너 재산 불리기’ 비판 받아와
SKC&C·SK 합병 여건 무르익어
최 회장, SKC&C 통해 SK 지배
‘기형적 지주회사 체제’ 지적
‘오너 재산 불리기’ 비판 받아와
에스케이씨앤씨(SKC&C)의 시가총액이 그룹 지주회사인 에스케이(SK)를 추월해,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두 회사를 합병하는 게 가능해졌다. 에스케이그룹의 지배구조는 최 회장이 에스케이씨앤씨를 통해 에스케이를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어, 기형적 지주회사 체제라는 지적과 함께 계열사와 에스케이씨앤씨 간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일감·사업 몰아주기를 통한 오너 재산 불리기’란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에스케이 주가는 17만3000원으로 2.26% 떨어졌다. 반면 에스케이씨앤씨 주가는 17만4500원으로 2.95% 올랐다. 에스케이씨앤씨 상장 첫 거래일인 2009년 11월11일과 이날의 주가를 비교하면, 에스케이는 18만9000원에서 17만3000원으로 오히려 하락한 반면, 에스케이씨앤씨는 3만2250원(시초가)에서 17만4500원으로 5배 이상 뛰었다. 덩달아 비교 대상조차 못 될 정도로 차이가 컸던 두 업체의 시가총액 차이도 역전돼, 에스케이씨앤씨가 8조7250억원으로 에스케이(8조1243억원)를 앞섰다.
이런 상황 변화는 에스케이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 및 시기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씨앤씨의 합병과 재분사를 통해, 최 회장이 에스케이씨앤씨의 전신인 대한텔레콤 지분을 헐값에 인수하는 것으로 시작된 그룹 지배력 강화 전략을 완성하면서 기형적 지주회사 체제를 청산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동안은 합병 가능성을 예상해왔다면, 이제부터는 ‘합병 시기’를 점치는 상황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재 최 회장은 에스케이씨앤씨 지분 33.1%를, 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10.5%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에스케이씨앤씨와 에스케이를 합병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 회장 일가는 합병회사 지분 22%가량을 갖게 된다. 여기에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씨앤씨가 각각 갖고 있는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치면 최 회장 일가의 합병회사 지분은 30%대로 올라선다. 이후 합병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다시 쪼갠다고 가정하면, 분리 방식에 따라 최 회장 일가의 지주회사 지분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조성됐다. 최 회장은 김영삼 정부 출범 뒤 노태우 정부 때 받은 제2 이동통신 사업권에 대해 ‘사돈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자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어 이통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대한텔레콤’이 쭉정이 회사로 전락하자, 계열사들이 나눠 갖고 있던 이 회사 지분을 주당 400원(액면가 5000원)에 전량 사들였다. 이후 대한텔레콤은 에스케이텔레콤 등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키웠고, 이어 정유사업 쪽 전산시스템 유지·관리를 맡고 있던 와이씨앤씨(YC&C) 등을 합병해 에스케이씨앤씨로 변신했다. 그다음엔 에스케이텔레콤의 전산시스템 유지·보수 사업부 등을 넘겨받아 몸집을 불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 회장이 주당 400원에 인수한 회사의 시가총액이 9조원을 넘보게 됐고, 이 때문에 에스케이씨앤씨와 계열사 간 거래가 있을 때마다 사업·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에도 에스케이네트웍스가 빠른 성장을 보이는 중고 자동차·휴대전화 사업을 에스케이씨앤씨에 넘겨줘 ‘오너 기업’ 돕기 지적을 받았다. 2000년대 초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내용이 <한겨레> 보도로 공개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쪽의 비판이 거세지자, 최 회장이 갖고 있던 에스케이씨앤씨 지분 30%를 에스케이텔레콤에 내놓기도 했다.
에스케이그룹 쪽은 합병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회장이 수감중인 상황에서 합병은 무슨”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석방되고 사면까지 받아 경영에 복귀할 즈음 합병을 추진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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