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이사 온 벤처기업 경영진이 지난 6월24일 제주그랜드호텔에서 ‘제주애(愛)기업협의회’란 이름의 모임을 출범시킨 뒤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에서 11번째가 김종현 회장. 엔엑스시 제공
경제와 사람
김종현 ‘제주애’ 초대 회장
김종현 ‘제주애’ 초대 회장
임직원 삶의질 개선에 창의성 향상
중국시장 공략에도 좋은 입지 장점 “주민 채용·사회공헌활동 등 통해
‘제주 향토기업’으로 거듭날 것” 그의 말을 들어보면, 다음과 엔엑스시 등의 성공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제주 이전을 추진하는 기업이 계속 늘고 있다. 알약·알집 소프트웨어 등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연구소를 제주로 옮겼고, 가전업계 3위로 연 매출 약 1조원의 모뉴엘도 제주 이전 작업을 거의 마쳤다. 넥슨의 게임개발 자회사 네오플도 최근 제주 이전을 결정했다. 제약업체 한국비엠아이(BMI)와 ‘짠물 지하수’(용암 해수)로 생수를 만드는 제이크리에이션도 제주로 왔다. 중소 애니메이션 개발 업체들도 앞다퉈 이삿짐을 싸 바다를 건너고 있다. 김 본부장은 “1차로 조성된 첨단과학기술단지가 이미 다 찼고, 요즘은 제주에서 5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사무실을 구하는 것조차 어렵다. 직원이 400명 정도 되는 네오플도 옛 한국방송 건물을 빌려 겨우 이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제주도는 애초 2021년으로 예정했던 제2첨단과학기술단지 건설을 2019년으로 앞당겨 완공하기로 했다. 벤처기업들이 남쪽 섬 제주도로 향하는 이유가 뭘까? 김 본부장은 “다음 사업 가운데 다음서비스와 동영상 등 성공작으로 꼽히는 것 중 상당수가 제주 사옥에서 기획됐거나 만들어졌다. 이에 힘입어 다음은 2004년부터 내리막길을 걷다가 2008년 이후 되살아났다. 제주 이전으로 임직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창의성을 높인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이런 ‘다음 스토리’가 기업들의 제주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 인구가 2020년 100만명 돌파가 예상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고, 제주가 중국 시장 공략에 좋은 입지를 갖고 있는 점도 기업들이 제주를 찾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기업이 제주에 잘 정착하려면, 우선 임직원들이 현지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지 사람들이 회사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김 본부장이 설명하는 제주애 설립 배경이다. 모임 이름을 ‘이전기업협의회’에서 제주를 사랑하는 기업들의 모임이란 뜻의 제주애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 반도체 회사 이엠엘에스아이(EMLSI)는 2005년 1월 회사를 제주로 옮기면서 아예 회사명을 ‘제주반도체’로 바꿨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 제주애는 양질의 일자리에 제주 사람들의 채용을 늘리고, 제주 사회에 대한 다양한 기부 활동 등을 통해, 기업을 유치하고 도우면 무엇이 좋아지는지를 체감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주/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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