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20일 해외 부동산 불법구입 혐의로 기소되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공판장에 들어서던 조현준 효성 사장. 이때만 해도 변호사 자격증이 있던 조현문 부사장은 형 조현준 사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커버스토리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전 효성 부사장)가 지난 6월 검찰에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당사자는 효성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트리니티)와 ㈜신동진의 최현태 대표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배임과 횡령은 최대주주(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동생인 조현상 부사장을 직접 겨냥했다.
조 변호사가 고발장에서 제기한 배임·횡령 혐의는 크게 3가지다. 우선 트리니티가 계열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이하 갤럭시아)를 부당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갤럭시아는 조현준 효성 사장이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트리니티는 2008년 갤럭시아에 100억원을 빌려주었다. 하지만 갤럭시아가 100억원을 상환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금을 모두 출자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트리니티는 이에 따라 2009년 9월 갤럭시아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100억원을 주고, 주식 18.2%를 인수했다. 당시 주식가격은 주당 7500원으로 액면가(500원)의 15배에 이르고, 공정가액(상속증여세법상 평가액)인 2500원의 3배였다. 트리니티가 비상장회사로 배당도 실시하지 않는 갤럭시아 주식을 비싼 가격에 인수해 최대 100억원, 최소 66억7000만원의 손해를 자초하는 배임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조 변호사의 주장이다.
조현준 사장이 최대주주인
트리니티와 갤럭시아 사이의
이상한 대출과 출자전환
트리니티 100억 손해봤지만
조현준 이익은 극대화 결과 ㈜신동진 최대주주인 조현상
지분 19% 가진 골프포트의
은행빚 30억원 지급보증 서고
추가로 17억원 빌려주는
형식으로 계열사를 지원 페이퍼컴퍼니 스타디움의 실체 이 과정에서 트리니티가 효성의 계열 금융사인 효성캐피탈과 석연찮은 금융거래를 한 사실도 드러난다. 트리니티는 2009년 9월28일 효성캐피탈로부터 100억원을 빌려서 갤럭시아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했다. 갤럭시아는 다음날 트리니티에 빌린 돈 100억원을 갚았고, 트리니티는 다시 효성캐피탈에 대출금 100억원을 상환했다. 효성캐피탈이 계열사와 총수 일가의 사금고 구실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효성캐피탈과 전·현직 경영진은 지난달 효성그룹 임원들에게 불법대출을 해준 혐의가 드러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조현준 사장 등 효성 임원 11명은 2004년 이후 7~8년 동안 효성캐피탈에서 총 4300억원의 대출을 받은 뒤 반복적으로 대출과 상환을 되풀이하는 수법으로 사실상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효성캐피탈은 이러한 대출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를 정식으로 소집하지 않는 등 관련법이 정한 절차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현문 변호사는 두번째로 해외 서류상회사(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갤럭시아는 2010년 6월 스타디움인베스트먼트(이하 스타디움)로부터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스타디움은 그 대가로 갤럭시아 주식 142만여주를 인수하면서, 3년 안에 갤럭시아와 조현준 사장이 주식을 되사주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때 트리니티도 스타디움의 주식 가운데 20%(28만7000여주)를 되사주는 매입의무를 분담했다. 스타디움은 실제 지난해 7월 트리니티에 해당 주식을 주당 1만500원의 가격에, 총 3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트리니티는 바로 다음날 이 주식과 원래 갖고 있던 주식을 합친 40여만주를 주당 7500원에 유상감자 또는 매각하는 계약을 갤럭시아와 체결했다. 조 변호사는 트리니티가 풋옵션 부담을 질 이유가 없을뿐더러, 하루 만에 주식을 싼값에 되팔아 12억원의 손해를 볼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조 변호사는 스타디움의 실체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스타디움은 홍콩계 투자회사인 엑셀시어캐피탈이 남유럽 몰타에 세운 서류상회사이다. 트리니티가 스타디움에 30억원을 지급한 증거로 제출한 은행계좌는 국내 케이비(KB)국민은행에 개설된 원화 계좌로 드러났다. 통상 해외펀드나 외국 회사의 경우 외국 계좌로 바로 입금받는 관행과 차이가 난다. 조 변호사는 “해당 계좌로 입금을 시도한 결과 잡좌계좌(거래가 끊긴 지 오래된 계좌)로 확인됐다”며 “30억원이 실제로 입금됐다면 잡좌계좌로 편입될 수가 없다”고 지적한다. 스타디움이 2010년에 사들인 갤럭시아 주식을 3년이 지난 2013년에 똑같은 가격에 매각하고, 그사이 배당도 없어 전혀 수익을 올리지 못한 점도 통상적인 해외펀드의 관행과 크게 달라 의문을 더한다. 조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스타디움이 정상적 투자펀드인지, 갤럭시아나 조현준 사장과 관련이 없는지, 주식거래가 정상적이었는지 등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프리미엄효성의 주식을 왜 비싸게 샀나
조 변호사는 동생인 조현상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신동진에 대해서도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신동진은 2009년 골프장 운영업체인 투자회사 골프포트가 은행에 진 30억원의 빚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주고, 보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신동진은 다시 지난해 10월 골프포트에 17억원을 빌려줬다. 조 변호사는 “골프포트가 기존 대출금 30억원도 갚지 못한 상황에서, 신동진이 추가로 17억원을 빌려준 것은 회사에 손실을 끼칠 수 있는 행위”라며 “이는 신동진과 골프포트가 모두 최대주주인 조현상 부사장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동진은 골프포트의 지분 19%를 갖고 있고, 최현태 신동진 대표는 골프포트의 감사를 맡고 있다.
신동진은 또 2011년 더프리미엄효성(옛 남양모터스)의 주식 9만주(지분 30%)를 주당 1만333원씩 주고 총 9억3000만원에 사들였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한국 내 판매와 정비업무를 맡고 있는 더프리미엄효성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더프리미엄효성의 최대주주는 효성 계열사인 효성도요타로 7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조 변호사는 “신동진이 매출액과 이익이 지속적으로 줄어 기업존속이 불확실한 상태이고, 배당도 없으며, 70%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별도로 있어 보유 지분의 현금화도 쉽지 않은 더프리미엄효성의 주식을 액면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효성은 이에 대해 “스타디움 투자유치는 코스닥 상장 추진 과정에서 거래관행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루어졌고, 상장이 실패하자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해 간 것”이라며 “골프포트에 대한 대여, 더프리미엄효성 지분 인수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트리니티와 갤럭시아 사이의
이상한 대출과 출자전환
트리니티 100억 손해봤지만
조현준 이익은 극대화 결과 ㈜신동진 최대주주인 조현상
지분 19% 가진 골프포트의
은행빚 30억원 지급보증 서고
추가로 17억원 빌려주는
형식으로 계열사를 지원 페이퍼컴퍼니 스타디움의 실체 이 과정에서 트리니티가 효성의 계열 금융사인 효성캐피탈과 석연찮은 금융거래를 한 사실도 드러난다. 트리니티는 2009년 9월28일 효성캐피탈로부터 100억원을 빌려서 갤럭시아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했다. 갤럭시아는 다음날 트리니티에 빌린 돈 100억원을 갚았고, 트리니티는 다시 효성캐피탈에 대출금 100억원을 상환했다. 효성캐피탈이 계열사와 총수 일가의 사금고 구실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효성캐피탈과 전·현직 경영진은 지난달 효성그룹 임원들에게 불법대출을 해준 혐의가 드러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조현준 사장 등 효성 임원 11명은 2004년 이후 7~8년 동안 효성캐피탈에서 총 4300억원의 대출을 받은 뒤 반복적으로 대출과 상환을 되풀이하는 수법으로 사실상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효성캐피탈은 이러한 대출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를 정식으로 소집하지 않는 등 관련법이 정한 절차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현문 변호사는 두번째로 해외 서류상회사(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갤럭시아는 2010년 6월 스타디움인베스트먼트(이하 스타디움)로부터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스타디움은 그 대가로 갤럭시아 주식 142만여주를 인수하면서, 3년 안에 갤럭시아와 조현준 사장이 주식을 되사주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때 트리니티도 스타디움의 주식 가운데 20%(28만7000여주)를 되사주는 매입의무를 분담했다. 스타디움은 실제 지난해 7월 트리니티에 해당 주식을 주당 1만500원의 가격에, 총 3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트리니티는 바로 다음날 이 주식과 원래 갖고 있던 주식을 합친 40여만주를 주당 7500원에 유상감자 또는 매각하는 계약을 갤럭시아와 체결했다. 조 변호사는 트리니티가 풋옵션 부담을 질 이유가 없을뿐더러, 하루 만에 주식을 싼값에 되팔아 12억원의 손해를 볼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조 변호사는 스타디움의 실체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스타디움은 홍콩계 투자회사인 엑셀시어캐피탈이 남유럽 몰타에 세운 서류상회사이다. 트리니티가 스타디움에 30억원을 지급한 증거로 제출한 은행계좌는 국내 케이비(KB)국민은행에 개설된 원화 계좌로 드러났다. 통상 해외펀드나 외국 회사의 경우 외국 계좌로 바로 입금받는 관행과 차이가 난다. 조 변호사는 “해당 계좌로 입금을 시도한 결과 잡좌계좌(거래가 끊긴 지 오래된 계좌)로 확인됐다”며 “30억원이 실제로 입금됐다면 잡좌계좌로 편입될 수가 없다”고 지적한다. 스타디움이 2010년에 사들인 갤럭시아 주식을 3년이 지난 2013년에 똑같은 가격에 매각하고, 그사이 배당도 없어 전혀 수익을 올리지 못한 점도 통상적인 해외펀드의 관행과 크게 달라 의문을 더한다. 조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스타디움이 정상적 투자펀드인지, 갤럭시아나 조현준 사장과 관련이 없는지, 주식거래가 정상적이었는지 등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리니티와 갤럭시아 간의 배임 의혹 거래 개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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