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세수효과 5천억
‘공약가계부’ 목표 갈수록 멀어져
지역구 연계돼 세출 축소도 난망
현재로선 복지재원 마련 어려워
“증세 필요…논의부터 시작해야”
‘공약가계부’ 목표 갈수록 멀어져
지역구 연계돼 세출 축소도 난망
현재로선 복지재원 마련 어려워
“증세 필요…논의부터 시작해야”
정부가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고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재원에 대한 고민이 없어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당장 증세 등 적극적인 세입 확충 방안을 시행하기 어렵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약속했듯이, 이에 대한 범사회적 논의기구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세법개정안은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추면서 세수효과는 5680억원에 그친다. 중앙정부 세수 규모가 200조원 안팎인 걸 고려하면 사실상 ‘증세’도 ‘감세’도 아닌 세법 개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세법 개정이 2조원 안팎의 증세 효과를 냈던 것과도 대비된다. 문제는 이런 속도의 세수 증가로는 복지확대를 통한 가계소득 증대를 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적극적인 수준은 물론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수준의 복지도 이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316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211개 정책이 담긴 ‘박근혜표 맞춤형 복지’ 마스터플랜(2014~2018년)을 발표했다. 여기에 드는 예산만 해도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135조원)보다 훨씬 많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생애주기별 사회안전망 구축,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자립 지원 정책이다. 정부는 매년 예산을 짤 때 이번 계획에서 제시한 사업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문제는 재원 대책이다. 정부는 이번 사회보장 기본계획의 재원 조달 방안으로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 구조조정 등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내놓았던 ‘공약가계부’ 재원조달 방안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을 핵심으로 하는 공약가계부는 발표 당시에도 비현실적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점점 지키기 어려운 목표가 돼가고 있다. 애초 이 공약가계부는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2014~2015년 2년 동안 2조7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세법개정안은 비과세·감면 축소에서 4000억원을 확충하는 데 그쳤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올해 목표액을 5조5000억원으로 잡아, 지난해(2조7000억원)보다 두 배나 많은 금액을 달성해야 한다.
정부 사업 중 불필요한 부분을 줄여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세출 구조조정의 전망은 더 어둡다. 정부는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농업분야 등에서 예산 9조5000억원을 줄일 예정이었으나 실제 절감한 예산은 5조7000억원 수준이다. 내년 예산안에서 애초 목표치인 18조7000억원에 올해 못한 3조8000억원을 더해 총 22조5000억원어치 사업을 줄여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대부분의 정부 사업은 지역문제와 연결돼 있어 개별 국회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내년 예산을 최대한 확장적으로(규모를 키워) 편성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증세를 포함한 세입 확충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에서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수입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잠재적 납세자와 수혜자 모두가 참여해 그 폭과 방법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설치해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지금의 조세정책으로는 복지확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 이제 증세 논의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증세를 하기 어렵다면 박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국회, 시민단체, 노동계, 경영계 등이 참여해 논의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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