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대출 규제 완화 조처가 시행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구입에 나서려는 실수요자들이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가을 이사철 앞두고 매수문의 늘어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소폭 오름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영향
1주택자 디딤돌 대출 상담도 부쩍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소폭 오름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영향
1주택자 디딤돌 대출 상담도 부쩍
경기 고양시 풍동에 사는 정아무개씨(47)는 오랜 전세살이를 끝내고 올 가을에는 드디어 내집을 장만하기로 했다. 최근 주택담보비율(LTV)이 확대되면서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이 집값(담보금액)의 50%에서 70%까지 늘어난 것이 정씨에겐 모처럼의 기회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전용면적 101㎡짜리 중형 아파트에 전세살고 있는데, 집값이 떨어진 지금 인근의 좀더 큰 주택형을 3억원대에 매입하려 한다. 3%대 후반 금리로 1억5000만원 이상 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주택담보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 완화 조처가 시행되면서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구입에 나서려는 실수요자들이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수요자들의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동시에 매물로 나와 있는 집을 보러오는 고객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오는 10월 입주를 앞둔 서울 도심권의 대규모 단지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의 경우 이달 들어 빠른 속도로 매매 계약이 이뤄지면서 방 3개짜리 전용 59㎡형 매맷값이 상반기보다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세를 알아보다가 고민 끝에 아예 집을 사겠다는 고객도 생겼다. 아무래도 대출 규제 완화가 구매 심리를 부추기는 효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맷값도 소폭이지만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값 동향 조사에서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매맷값은 5주 연속,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2주 연속 상승했다. 다만, 지난주 상승률은 수도권(0.03%), 서울(0.02%)이 모두 미세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최근 서울·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에 상당한 매물이 쌓여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집을 사려는 수요자 못지 않게 처분하려는 집주인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업계에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4일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주택 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요자 처지에서는 대출 한도액 자체보다 금리가 내릴 경우 빚을 내는데 따른 상환 부담이 줄어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연말까지 6조원이 풀리는 ‘디딤돌대출’도 주택거래를 늘리는 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출 이율이 연 2.8~3.6%로 낮은 디딤돌대출은 정부의 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한 서민용 주택구입자금 대출로, 11일부터 무주택자 뿐만 아니라 주택을 바꿔 이사하려는 1주택자(연소득 6000만원 이하)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시중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에선 디딤돌대출에 대해 문의하는 1주택 보유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는 게 은행권의 전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딤돌대출은 상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인데 반해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며 “휴가철이 지나고 이사철이 다가온 이달 하순께부터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와 신규 대출 상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종훈 송경화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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