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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착한 투자, 좋은 기업 투자 앞세우더니…
사회책임투자펀드 일반펀드와 닮은꼴

등록 2014-08-18 20:31수정 2014-08-18 21:50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1~3위 기업에 몰려
“거래소 형식적 지표 따른 탓”

백혈병·노조 탄압·순환출자 등
실태 반영되어야 투자 선순환
국내 사회책임투자펀드 대부분이 삼성전자, 현대차,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착한 투자’ ‘좋은 기업 투자’를 앞세우고 있는 사회책임투자펀드가 수익률을 제1 기준으로 삼는 일반 펀드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회책임투자’는 투자대상 기업의 재무적 지표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사회공헌, 투명한 지배구조와 같은 사회적 책임부분까지 고려한 투자 방식이다. 사회책임투자를 앞세우는 펀드들은 “비재무적요인에 따라 분석해 볼 때 지속가능성이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주식에 주로 투자해 장기적인 자본이득을 추구한다”고 스스로를 설명한다. 펀드 이름에도 ‘좋은기업’ ‘바른기업’ ‘Great Company(위대한기업)’ 등의 이름을 붙여 사회책임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 펀드의 실제 운용 내용을 보면 일반적인 우량주 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1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자료를 보면, 펀드 내 보유비중 상위 5개 종목은 시가총액 1, 2, 3위 기업에 몰려 있다. 국내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17개 사회책임투자 펀드 가운데 15개가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상위 5개 종목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 펀드가 투자하는 주식 가운데, 삼성전자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9.5%에 달한다. 시총 2위 기업인 현대차를 상위 5개 종목으로 보유중인 펀드가 14개, 3위 기업인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포함한 펀드가 14개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네이버, 포스코, 삼성물산 등 시가총액 20위 안 기업이 주로 보유비중 상위 5개 종목에 포함됐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우량종목으로만 구성된 코스피200지수를 따르는 펀드들과 차이가 없는 구성이다. 대표적인 코스피200 추종 펀드인 ‘삼성KODEX20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를 보면 삼성전자(23.51%), 현대차(5.11%), 에스케이하이닉스(3.72%), 네이버(3.45%), 포스코(3.17%)를 5개 상위 종목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국내의 사회책임투자가 한국거래소의 사회책임투자지수(SRI지수)와 종목을 따르고 있는데서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회책임투자지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환경)S(사회)G(지배구조) 평가’에서 B+ 등급을 받은 기업 가운데 거래량과 시가총액이 높은 70개 회사를 종목으로 구성한다. 지난 11일 발표된 2014년 평가에서 S, A+, A, B+, B, C, D 등으로 나뉜 7개 등급 가운데 삼성전자는 A등급을, 현대차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B+등급을 받았다.

이승협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이에 대해 “백혈병, 노조 설립 방해, 순환출자 등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있는 삼성전자를 착한 기업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사회책임지표가 재벌 대기업이 형식적으로 충족하기 쉬운 사외이사가 몇 명이냐, 사회공헌을 얼마나 했느냐 같은 양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도 “우리 기업의 문제점은 외형이나 시스템보다 실질적인 운영에서 드러날 때가 많은데, 기업이 공개한 자료만 바탕으로 하는 지금의 평가방식은 이를 담아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한국지배구조원은 기업 평가 때 상당 부분을 공시자료와 대기업들이 주로 발간하는 지속가능보고서에 의존한다. 그 밖에 질적인 평가와 등급 조정은 법원 소송으로 갔거나 기업 제재를 받을만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기업의 소명을 거쳐 이뤄진다. 이 교수는 “단적으로 삼성전자의 지속가능보고서를 보면 기업 홍보지에 가깝다. 백혈병 문제처럼 언론에 보도된 굵직한 사건조차 담지 않는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거티브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기업은 좋은 기업에서 제외시켜버리는 등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무관심이 형식적인 지표를 낳고, 다시 사회책임투자를 소외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때문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공적 연기금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주식시장의 ‘큰손’으로서, 다양한 조사방식을 통해 기업을 평가할 수 있고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만큼, 자체 평가방식을 확충해 한 차원 높은 사회책임투자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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