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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류 덕에 즉석 자장면 요리사 됐어요”

등록 2014-09-04 15:37수정 2014-09-04 18:05

미국서 한국 문화·음식·상품 체험하는 케이콘
참관 인원 2년 만에 4만2000명으로 4배 늘어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으로 연수를 갔을 때 택시를 이용하면서 만난 미국동포 한분을 최근 서울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는 얼바인서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차 마시며 미국 현지 소식을 듣던 중에 “한류 덕에 ‘즉석 자장면 요리사’가 된 한인 부모들이 많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도 “즉석 자장면을 박스로 사다 놓고 고등학생 아들의 학교 친구들이 놀러올 때마다 끓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12년 얼바인서 처음으로 ‘케이콘(KCON)’이 열리고부터 한인 부모들의 ‘즉석 자장면 요리 사역’이 시작됐다고 했다. 케이콘은, 씨제이이엔엠(CJE&M)이 한류를 국내 기업들의 현지 마케팅에 활용해보자는 취지로 2012년부터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해마다 여는 행사다. 지 드래곤과 소녀시대 등 케이팝(K-POP) 스타들의 공연으로 현지 한류 팬들을 한자리에 끌어모아 한국 문화와 음식·상품 등을 체험해보게 한다. 올해는 지난 달 초 로스앤젤레스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렸다.

케이콘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한 현지 청소년들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많은데,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궁금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자장면이란다. 집에 놀러온 아들의 학교 친구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도대체 어떤 음식이길래, 시커먼 게 맛도 없어 보이는데, 저렇게 맛있게 먹느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단다. 말로 아무리 설명해도 못알아듣길래, 마침 집에 있던 즉석 자장면을 끊여주며 “이와 비슷한 맛”이라고 했더니 다들 무척 맛있다고 하더란다. 이후 아들 친구들은 그를 만날 때마다 즉석 자장면 요리를 부탁한단다. 이를 먹으러 일부러 오기까지 한단다.

씨제이는 케이콘 행사를 하면서 ‘비비고’란 브랜드로 비빔밥을 앞세우고, 로스앤젤레스의 부촌 베버리힐스 근처에 비빔밥 매장까지 열었는데, 엉뚱하게 즉석 자장면까지 재미를 보고 있는 꼴이다.

그에게 “케이콘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교포 행사’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하며 “현지 교포들의 ‘케이콘 효과’에 대한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내가 택시 운전을 하고 있지 않냐. 케이콘의 한류 전파 효과는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올해 케이콘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는데, 얼바인서 케이콘 행사장까지 아이들을 라이드해달라는 예약이 무척 많았다. 전에는 운전하며 케이팝을 들으려면 한인 방송인 <라디오코리아> 채널을 틀어야 했는데, 요즘엔 현지인 대상 채널에서도 케이팝을 자주 들려준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이민 가기 전 한국에서 음악 관련 일을 했다는 그는 케이팝을 미국 현지 정서를 제대로 파악해 기획한 상품으로 평가했다. “아시아, 중동, 중남미 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은 미국 주류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팬으로도 잘 섞이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편하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갈구해왔는데, 케이팝이 그 욕구에 잘 맞는 것 같다. 미국 주류 문화를 아시아식으로 소화해 재창조한 게 케이팝이라고 본다.”

이는 씨제이이앤엠이 내놓은 2014년 케이콘 결산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참관 인원이 4만2000명으로 2012년 첫 행사 때의 1만명에 견줘 4배로 늘었고, <엔비시(NBC)>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에이에프피(AFP)>를 포함해 156개의 언론이 행사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다들 국가 차원의 문화 세일즈 행사로는 유일하다는 점을 조명했다. 씨제이이앤엠은 “250달러짜리 케이팝 공연 티켓 3만장이 발매 10분만에 동날 정도로 호응이 좋았고, 동행한 115개 중소기업의 직·간접적인 마케팅 효과만도 37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부모들이 대거 동행한 것도 올해 케이팝의 특징으로 꼽혔다.

케이콘 행사장에 들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다들 놀라는 모습이었다. 여야 간사 모두 기자들과 만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국회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도 “솔직히 한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했는데, 다시 보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과제는 케이콘이 해마다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느냐다. 해마다 발전하지 못하면 아니하는 것보다 못하고, 그러면 그동안의 노력은 허사가 된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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