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탄 이재현 씨제이(CJ) 회장이 지난 2월14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수백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 징역 4년, 벌금 260억원의 1심 선고를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재현 CJ 회장 항소심 선고 앞두고 살펴보니…
이호진 태광 전 회장, 4년6월 선고에 63일 수감
김승연 한화 회장도 146일간 수감 뒤 자유의 몸
최태원 SK 회장은 ‘예외’…600일 가까이 수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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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로 예정됐던 이재현(54) 씨제이(CJ)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12일로 돌연 연기되자, 법조계 안팎에선 그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1심보다 형량을 깎아 집행유예로 감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집행유예 선고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또 실형이 선고된다 해도 현재 구속집행정지 중에 있는 이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곧바로 재수감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권기훈)는 지난 3일 선고를 갑자기 연기하면서 “기록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판결 선고 예정일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 기일을 연기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다, 상당한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지라 집행유예 가능성을 두고 분석과 관측이 분분하다.
이 회장 쪽은 내심 집행유예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심이 끝나는 항소심 판결인 만큼 이번엔 집행유예를 받았으면 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여럿이다. 1심 법원이 인정한 이 회장의 혐의는 조세포탈 259억원, 횡령과 배임액이 각각 717억원, 392억원이다. 이 혐의가 그대로 인정되면 대법원 양형기준으로는 징역 4년~12년10월 범위 내에서 형량을 정해야 한다. 양형기준만을 놓고 보면,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4년이 최하 형량이라는 뜻이다.
법원조직법은 “법관은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90% 이상의 판결에서 형량은 양형 기준 내에서 정해진다. 법원조직법은 양형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판결서에 이유를 적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집행유예를 붙이려면 3년 이하 징역형을 선고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양형기준을 어겨야 해서 부담이 있다.
이 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쪽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요소는 건강이다. 이 회장은 희귀난치성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을 앓고 있는데다 신부전증으로 신장이식수술까지 받은 상태다. 현재 구속집행이 정지돼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수감생활을 감당할 수 있는 건강상태인지는 양형 고려 사유 중 하나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이 회장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하면서 “지난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형을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건강을 감안해서 최대한 선처한 게 4년형이라는 얘기다. 다만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삼성가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 검찰이 횡령액 대부분을 변제했다며 1심보다 1년 낮은 징역 5년형을 구형한 점 등이 1심과는 달라진 변수다.
판결 절차를 익히 아는 법원 내부에선 선고일 연기를 형량 고민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합의부 사건인 만큼 재판장을 비롯한 법관 3명이 형량 등 판결문의 ‘주문’에 진작에 합의하고 판결문 작성도 모두 끝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결론은 이미 나왔고 판결문 작성까지 마친 상태로 봐야 한다. 선고일을 미루는 경우의 99.9%는 판결문 중 일부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최종 점검을 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집행유예 가능성이 자꾸 거론되는 이유는 그동안 이런저런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던 재벌 총수들이 경영 공백 우려, 경제 발전 기여,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풀려났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3·5 법칙(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라는 조어까지 나왔다. 하지만 총수 봐주기가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실제로 재벌 회장들의 수감기간은 짧다. 이재현 회장의 경우 지난해 7월1일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나 그 다음 달 20일 신부전증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계속 구속집행정지가 연장돼오다 올해 4월30일이 돼서야 연장이 불허되면서 재수감됐다. 그러나 6월24일 또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총 수감기간은 107일에 불과하다.
이선애(86) 태광그룹 전 상무는 2012년 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하지만 두달 뒤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다. 2012년 12월 항소심에서 다시 징역 4년이 선고됐고 이듬해 1월 상고 취하하며 형이 확정돼 재수감됐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형집행정지로 다시 풀려났고, 지난 3월 재수감될 때까지 1년간 병원에서 생활했다. 지난달 7월8일 다시 형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수감생활은 총 235일이다.
이 전 상무의 아들인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11년 1월 구속됐고 두달 뒤 간암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1심에서 징역 4년6월을 선고받았지만 재수감되지는 않았다. 2012년 6월 항소심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했고 6개월 뒤 징역 4년6월형을 선고했지만, 여전히 보석 상태다. 수감기간은 총 63일이다.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도 146일만 수감생활을 했다.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이듬해 1월 패혈증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이후 구속집행정지 상태가 유지되다가 지난 2월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이 선고돼 자유의 몸이 됐다.
최태원(53) 에스케이(SK) 그룹 회장은 다른 대기업 총수들에 비하면 ‘예외적으로’ 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오는 23일로 수감 600일을 맞는다. 형기의 3분의 1을 넘겼기 때문에 가석방이 가능하다. 이 때문인지 ‘대기업 회장 최장 수감기록을 경신했다’ ‘모범적으로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제 살리기’ 기류에 힘입어 연말 사면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공약했었다. 특히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기업인 등에 대한 특혜성 사면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어 사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2년 12월20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재판에서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와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또 ‘병상 출석’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3년 4월15일 오후 구급차에 누워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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