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에서 바라본 한국전력 본사
오늘 입찰 마감…내일오전 공개
감정가 3년새 곱절…3조3천억
“입찰가 4조 넘으면 수익 곤란
땅 욕심에 무모한 경쟁 없을듯”
감정가 3년새 곱절…3조3천억
“입찰가 4조 넘으면 수익 곤란
땅 욕심에 무모한 경쟁 없을듯”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손꼽히는 한국전력 본사 터에 대한 입찰 마감 시한이 임박하면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가운데 누가 얼마를 지불하고 이 땅을 손에 넣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전은 17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인터넷 공매시스템(온비드)을 통해 입찰을 마감한 뒤 다음날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곳을 낙찰자로 지정하게 된다.
16일 관련 업계 말을 종합하면, 이번 한전 본사 터 입찰은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간 2파전으로 굳어지면서 최종 입찰가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찌감치 매수 의사를 밝힌 현대차와 달리 삼성은 입찰 참여 여부를 함구해 왔으나 결국엔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이 중심이 돼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승패는 두 그룹 가운데 누가 더 높은 땅값을 베팅하느냐에 달렸다. 일각에선 두 그룹이 이 땅을 반드시 차지하려는 욕심으로 무모한 ‘치킨게임’에 나설 위험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업계에서는 대체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비싼 땅값으로 인해 매수에서는 승리한 기업이 결국에는 사업 손실을 보게 되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교훈을 두 업체가 모르진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7만9341㎡의 토지와 연면적 9만7260㎡의 사옥으로 이뤄진 한전 본사 터의 감정평가액은 3조3331억원으로 3.3㎡당 약 1억3900만원 선이다. 이는 지난 2011년 삼성생명이 한전 인근 옛 한국감정원 본사 터를 매입한 가격(3.3㎡당 7003만원)의 갑절에 이른다. 3년 만에 이 일대 땅값이 이처럼 치솟은 것은 지난 4월 서울시가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확정한데 따른 영향이 크다. 서울시는 한전 부지가 포함된 강남 일대 72만㎡를 국제업무와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박람회) 등의 기능을 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전 부지 감정평가액에는 이런 서울시의 개발 계획이 반영됐다.
두 그룹 가운데 누구든 한전 부지를 낙찰받으려면 한전이 감정평가액을 참고해 내부적으로 정했으나 비밀에 부친 예정가격 이상으로 응찰해야 한다. 이 예정가격은 감정평가액을 웃돌거나 밑돌 수 있지만, 입찰 참가자로서는 감정평가액을 사실상의 최저 입찰가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다만, 업계에선 낙찰가격이 4조원(3.3㎡당 약 1억7000만원 수준)을 넘으면 사업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 부지를 매입한 사업자는 이후 개발사업 때 토지의 40%를 서울시에 기부채납(용도변경에 따라 토지의 일부를 공공에 제공하는 것)하도록 돼 있는 점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를 매입한 뒤 통합 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 등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삼성그룹은 별다른 구상을 밝힌 바 없지만, 이번 사업을 그룹의 성장동력과 연계시켜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한전 부지는 두 그룹 모두 놓치기 아까운 땅이다. 그러나 용산역세권 부지가 감정가(3조7800억원)의 두 배인 8조원에 매각됐다 끝내 사업이 무산된 것을 잘 알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 모두 무리하게 베팅하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한국전력 본사 터 매각 개요 자료: 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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