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여성 종신보험 속속 출시
여성 가장·맞벌이 부부 늘어
업계 “여성 가입 가능성 높아져”
저금리 역마진 위기 속 대안으로
여성 가장·맞벌이 부부 늘어
업계 “여성 가입 가능성 높아져”
저금리 역마진 위기 속 대안으로
‘아빠의 가족사랑을 끝까지 지켜주는 보험’등으로 홍보돼왔던 종신보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속속 ‘여성’, ‘엄마’를 앞세운 새 종신보험을 내놓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3일 ‘여성 CI(중대질병) 보험’을 출시했다. 중대질병 보험은 종신보험에 건강보험을 더한 형태로, 사망보장을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의 큰 질병에 대해서도 보장한다. 한화생명의 ‘여성 CI 보험’은 여성이 사망했을 때 받는 사망보장금을 늘린 게 특징이다. 기존 중대질병 보험의 사망보장은 병 진단을 받았을 때 가입 금액의 80%, 사망했을 때 20%정도를 얹어 주는 형태였던데 반해, 한화생명의 ‘여성 CI보험’은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40%까지 얹어준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엄마의 사망 역시 가정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달라진 사회 상황을 반영했다”며 상품을 내놓은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생명 역시 지난 7월 엄마를 앞세운 ‘엄마사랑 종신보험’을 내놨다. 삼성생명이 여성에 특화된 종신보험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보험은 자녀교육과 엄마의 사망 보장을 연결지었다. 자녀가 27세가 되기 전 어머니가 사망하면, 가입금액의 50%를 일시금으로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대학공부를 마칠 때까지 교육자금으로 지급한다.
그동안 가입자의 사망을 담보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의 중요한 고객층은 남성 가장이었다. 생보사들은 여러 광고를 통해 ‘아빠인 내가 사라진 뒤 우리 가족을 대신 책임져줄 보험’이라며 종신보험을 설명해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여성 종신보험을 내놓게 된 배경을 짚으며, “생계책임이 어머니에게 있는 여성 가장 가족이 늘어났고, 맞벌이 부부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더이상 가장을 중년 남성으로만 전제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생명보험사들의 대표 상품으로 급증했던 종신보험 가입 규모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빠르게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2001년 6137억1000만원, 2002년 7431억9200만원에 이르렀던 종신보험 초회보험료 수입이 지난해에는 2681억400만원에 그쳤다. 초회보험료는 보험 가입계약을 한 뒤 처음으로 내는 보험료로 보험 가입자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미 남성 가장의 경우 상당 수가 종신보험에 가입돼있어 포화상태로 볼 수 있다. 여성의 가입률 자체가 낮지는 않지만 가입돼 있더라도 가입금액이 적은 경우가 많고, 보험가입에도 여성이 더 적극적이라 아직 가능성이 있는 소비층”이라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남성 전체인구의 19.5%가 종신보험에 가입돼 있다.
여성 종신보험이 등장한 또다른 배경은 저금리다. 생보사들은 저금리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지며, 약속한 금리를 얹어줘야 하는 저축성 보험으로 인해 역마진 공포에 떨고 있다. ‘저축성 보험 축소, 보장성 보험 강화’는 대부분 생보사들의 중요한 경영목표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종신보험은 초장기 보장성 보험상품으로 저금리로 역마진 위기에 처한 생보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먹거리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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