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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용 독자행보…승계 입지 강화?

등록 2014-09-23 21:09수정 2014-09-23 22:14

삼성, 한전 터 ‘소극 입찰’ 속내

이건희·이부진 매입 뜻 강했지만
이 부회장, 무리하지 말자 판단 
대통령과 대구 동행…보폭도 넓혀

5조원이나 더 주고 산 현대차
‘재벌 총수 전횡’ 따가운 눈총
삼성전자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터 매각 입찰에 4조6700억원을 써낸 것이 확인됨에 따라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은 현대차그룹은 입찰가격의 적정성과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는 등 후폭풍을 맞게 됐다. 삼성도 이건희 회장이 인수를 지시하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강한 의욕을 보였던 인수전에 이재용 부회장이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을 둘러싸고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 삼성은 적극적인 인수의지 없었다

삼성이 한전 터 입찰가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최근 시장에서 9조원설이 부상하며 ‘이재용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은 그동안 합리적인 입찰가격을 써냈다고만 밝혀왔는데,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입찰가격은 현대차가 인수를 강력 희망했던 현실을 고려할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전 터 매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최근 사업실적 둔화 등을 고려할 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차세대 먹거리 사업 개발이 아닌 부동산 투자에 거액을 쏟아붓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 터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 5월 심장마비로 쓰러지기 수년 전부터 인수전 참여를 지시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인 사안이다. 또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유통·호텔 등 자신의 주력사업과 관련해 터 매입을 강하게 희망해왔다. 이 부회장이 부친의 뜻과 여동생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인수에 무리하지 않기로 결단을 내린 것은 이건희 회장 공백 상태에서 독자행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강화됐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직할하는 삼성전자가 입찰에 독자 참여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애초에는 부동산 투자 개발 업무 특성상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의 동반 참여가 예상됐다. 또 이부진 사장이 맡고 있는 호텔신라도 참여해 사업연고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모두 빗나갔다. 이는 이 부회장이 최근 이건희 회장의 전용기를 이용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대구 창조혁신센터를 둘러보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과 함께 승계 입지가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역시 입찰 참여 과정에서의 불투명한 의사결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전 터 인수 참여를 권오현 대표이사 등 4명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에서 결정했다. 5조원에 육박하는 거액 투자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정식 이사회를 열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고위임원은 “상법과 회사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 현대차의 고가입찰 논란

현대차는 6조원 정도면 충분히 인수할 수 있는 한전 터를 무려 5조원이 넘는 막대한 돈을 더 주고 샀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게 됐다. 자연히 고가입찰을 주도한 정몽구 회장과 내부 담당자들에게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사옥 터를 확보하라는 총수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는 재벌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지적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총수의 전횡과 전문경영인들의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차가 이 정도이니 앞으로 어떻게 한국에 투자하겠냐고 비판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입찰 당일까지 삼성전자의 참여 여부를 탐색하고 다닐 정도로 정보력이 떨어진 점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정몽구 회장이 지난 19일 “국가에 기여한다고 생각해서 큰 금액을 써낸 것”이라고 말한 것도 비판을 받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설령 (이사회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어도, 외국인 투자자의 비율이 높은 현대차로서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향후 한전 터 가치가 낙찰가에 못 미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문제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입찰 결과 발표 이후 승전 파티 분위기를 보이다가 크게 당혹해하면서도, 고가입찰과 주주이익 훼손 비판은 지나치다며 적극 반박하고 있다. 현대차의 고위 임원은 “정몽구 회장은 처음부터 입찰에 누가 참가하고, 얼마를 입찰가격으로 쓰는 것에 주안점을 두기보다, 통합사옥 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고려해 그룹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를 쓰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통합사옥이 없어 계열사들이 부담하는 연간 임대료 2400억원은 최근 시중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8조원의 보증금에 해당하고, 한전 터 투자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서 부동산으로 자산이 대체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정애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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