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출판 잠깐독서
이정환 지음
생각정원·1만6000원 한국 경제학자 7명의 시각을 전한다. 화두는 재벌, 더 정확히는 삼성이다. 지은이는 국가와 사회의 시장개입과 시장의 자유를 좌우에 놓고, 김성구-김상봉-장하준-이병천-김상조-장하성-김정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경제학자들의 ‘삼성사용설명서’를 요약한다. 하지만 익숙한 삼성해체론-삼성옹호론과는 거리가 멀다. 더 근본적으로 재벌에 대한 구조적인 시각을 고민한다. 한국 경제와 재벌을 두고 얽히고 갈등하는 이들의 논쟁은 흥미진진하다. 장하준이 주장하는 ‘재벌과의 대타협’은 더 오른쪽으로부터 ‘주주가치에 반하는 재벌옹호론’으로 비판받고, 김상조의 ‘소액주주운동’은 ‘신자유주의의 앞잡이’로 더 왼쪽에게서 비판받는다. 하지만 이들 모두 ‘독점자본에 대한 민주주의의 지배’를 말하는 김성구에게는 ‘가짜 진보’일 뿐이다. 반대로 한국 사회는 여전히 국가개입이 많다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 김정호에게 앞의 담론은 모두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삼성 에스디에스 상장이 임박했고,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꾼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 삼성에버랜드 상장 예비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격변의 시기일 터다. 삼성, 더 나아가 재벌에 대한 지금 한국 경제학계의 뜨거운 담론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읽어볼 만하다. 속속 진행되고 있는 삼성의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 얘기는 책 뒷부분에 담겨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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