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내년 보험산업 전망
내년 생명보험산업의 먹거리가 ‘위험보장’보다 ‘노후보장’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저금리 상황에서 보장성 보험 확충을 꾀해왔던 보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금으로 대표되는 저축성보험이 더 큰 성장세를 보이리라는 예측이다.
보험연구원은 7일 발표한 ‘2015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보고서에서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저축성보험의 내년 성장률이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보장성보험은 올해 5.7%(예상치) 성장을 보이겠지만 내년에는 4.5%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봤다. 보장성 보험은 질병이나 사망 등 위험이 발생했을 때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 저축성 보험은 보험료를 납입하면 일정한 이자를 더해 연금이나 목돈으로 고객에게 돌려주는 보험을 말한다.
이런 전망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연금 등 저축성 보험 수요 증가와 맞물려 있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노후보장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커지는 상황에서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을 내지않는 생보사 보험상품은 상류층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생보사들의 바람과 어긋난다. 생보사들은 그간 보장성 보험 확대에 골몰해왔다. 저금리로 자산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자를 얹어 줘야 하는 저축성 상품들에 부담을 느낀 탓이다. 보험업계 역시 저축성 보험의 수요가 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보장성 상품을 확대하려는 기조를 포기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수요가 있는 저축성 보험으로만 쉽게 영업하지는 않을 것이다. 갈수록 낮아지는 금리 아래서 저축성 보험 위주로만 상품을 구성하면, 지금 당장 덩치를 키우긴 좋겠지만 길게봤을 때 수익성과 안정성 모두 잃을 수 있다. 보장성과 저축성 비중을 적절히 맞춰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소형 생보사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최저보증이율(10년 보증)을 3.5% 넘게 제시하는 저축성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인 저축성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은 2.0%~2.5%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한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에 맞춰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보장성 강화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브랜드파워가 약하고 판매채널도 넓지 않아 고객이 원하는 상품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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