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지붕의 일종으로 보아야”
기준마련 소홀한 채 억지 적용
포스코건설 “공사할 땐 기준 없어”
적절한 기준 따르지 않고 변명
기준마련 소홀한 채 억지 적용
포스코건설 “공사할 땐 기준 없어”
적절한 기준 따르지 않고 변명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와 관련해 환풍구의 건축 기준이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국토교통부와 해당 환풍구를 시공한 포스코건설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란은 지난 20일 국토부가 자료를 내면서 시작됐다. 국토부는 이 자료에서 “환기구(=환풍구)도 국토부가 고시한 ‘건축구조기준’에 따라야 하고,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 지붕으로 보아 약 100㎏/㎡의 무게를 견디는 구조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돌출형이 아니라 바닥에 설치되는 환기구는 산책이 가능한 경우 300㎏/㎡, 차량 통행 가능성이 있는 경우 500㎏/㎡로 해야 한다”는 구체적 기준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판교 테크노밸리의 환풍구의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이런 국토부의 설명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포스코건설의 한 관계자는 “2009년 착공할 당시 환풍구의 하중에 대한 건축 기준은 없었다. 국토부는 환풍구를 지붕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우리가 공사할 때는 그런 기준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은 국토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국토부가 인용한 ‘건축구조기준’(2000년 제정)을 보면, 실제로 환풍구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 국토부가 예시한 ‘돌출형, 바닥형 환기구’나 ‘차량 통행 가능성이 있는 경우’와 같은 표현도 들어 있지 않다. 지붕과 관련된 규정이 있을 뿐인데, 국토부가 이를 환풍구에도 준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국토부의 김상문 건축정책과장은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들어서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확한 규정을 소개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기준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의 주장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의 서규석 회장은 “‘건축구조기준’에 ‘환풍구’에 대한 규정이 없다면 그 가운데 적절한 기준을 준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상식적인 관점에서 이 기준을 보면, 환풍구의 강도는 최소 기준인 100㎏/㎡ 이상이 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공사가 기준이 없었다고 주장할 정도로 해당 기준이 유명무실했다는 점이나, 이 기준을 지키는 것이 온전히 건축사와 감리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토부는 기준을 허술하게 만들어 놓고, 그 기준을 현장에서 지키는지 점검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세종/김규원, 최종훈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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