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맨 왼쪽)이 횡령 및 배임·탈세 의혹과 관련해 불법행위를 지시했거나 보고를 받았는지 조사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으로 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을 지난 21일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조현문(사진) 변호사가 28일 아버지인 조 회장이 불법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자신을 겁박하여 입막으려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 회장이) 앞으로도 계속 사실왜곡과 거짓말로 음해하고 언론을 호도할 경우 더 많은 진실들을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초 효성 주식을 모두 팔고 회사와 결별한 이후 외국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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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11년 9월 효성의 불법비리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바로잡다가 조석래 회장님(이하 회장님)의 명령으로 쫓겨났고, 2013년 회사를 떠났다”면서 “이후 효성의 경영진은 불법행위들을 은폐하기 위해 본인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고 그룹 홍보실까지 동원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음해했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조 회장이 본인의 집을 찾아온 것과 관련된 언론보도에 대해 “잠시 한국을 방문 중이던 7월23일 오전 회장님이 집을 찾아와 거의 3년만의 첫 만남을 가졌다”면서 “회장님이 언론보도와 달리 매우 건강했고, 대화는 50분간 지속됐다”밝혔다. 조 변호사는 당시 “검찰 수사에서 아버지 (비자금) 계좌를 제 계좌로 뒤집어 씌우고 (형인) 조현준 사장이 저질렀던 2천만달러 (횡령)건을 제게 뒤집어 씌우려다가 실패하셨지요”라고 따진 뒤, “그러면 천벌받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또 “3년이 지난 지금도 횡령·배임·불법비리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불법비리를 아버지라는 권위로 강요하는 것은 마피아입니다. 그룹과 가족의 불법에서 자유롭고 싶으니 놓아 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효성가 장남 조현준(왼쪽) 효성 사장과 차남 조현문 변호사. 한겨레 자료사진
그는 이에 대해 “(누명을 씌우려고) 그런 적 없다. 건방지게 왜 대드냐”면서 “불법비리 없고, 있든 말든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이 집안은 내가 다스린다”고 말했다고 조 변호사는 밝혔다. 조 변호사는 이어 “지난해 효성이 불법협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회장님이 (일하는) 아주머니 혼자 있는 빈집을 찾아왔다. 회장님께서 제가 살지 않는 것을 확인 하시고 가셨는데, 시중에는 내가 아버지를 마치 문전박대한 것으로 유포됐다”고 억울해했다.
조 변호사는 “회장님의 방문이 효성의 주장처럼 ‘병든 아버지가 아들을 보고 싶어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룹 내 불법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장님이 검찰·국세청 조사로 이미 일부 불법이 드러난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당신이 직접 내쫓은 아들을 만나서도 진실 은폐와 겁박만을 일삼으시는 비정한 모습에 참담함마저 들었다”고 밝혔다. 효성그룹 쪽은 이에 대해 “조 변호사가 부자 간의 사적 대화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자식된 도리가 아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안타깝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