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
“현대차 한전 부지 인수 계기
재벌 모델 지속 가능성 논쟁”
황제경영·지배구조 등 지적
“현대차 한전 부지 인수 계기
재벌 모델 지속 가능성 논쟁”
황제경영·지배구조 등 지적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최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감정가의 3배인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은 뒤 “향후 100년을 내다본 투자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고가 매입 결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진 데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재벌 모델의 지속가능성 논쟁이 불붙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3일(한국 시간)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현대차의 한전 터 인수가 투자자는 물론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개혁 성향의 정치인들에게까지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실망감이 주가에 반영돼 현대차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한전 터의 낙찰 발표 이후 이날까지 6조2천억원의 시가총액이 줄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총수 일가가 회삿돈을 자신의 돈으로 여겨 배당도 인색하다”며 “약 10%의 한국 증시의 배당 성향은 세계 주요 시장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이 된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복잡한 지배구조, 불분명한 경영 책임 등도 재벌 모델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고 전했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삼성에스디에스와 제일모직의 상장에 대해 회사 쪽은 “승계구도와 관련 없이 예정된 계획”이라고 밝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달리 생각한다는 것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이지수 변호사는 이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외부적으로는 좋게 보일지 몰라도 여전히 ‘황제’ 경영 스타일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에스케이(SK)그룹에서도 이런 평가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돼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지만, 1년5개월간 복역 중에 1800여회의 면회를 한 것은 여전히 경영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부 투자자의 입을 빌려 재벌 모델의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많은 전문경영인들이 빠른 판단을 내리는 데 주저하지만, 총수 일가는 이러한 판단을 가장 잘 내린다”고 말했다. 또 매슈스 아시아의 마이클 오 펀드매니저는 “총수 일가는 누구보다 회사의 오랜 존속을 원한다. 외부의 주주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회사를 고려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원일 전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자본시장은 과거 포드 일가와 록펠러 일가가 통제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시간이 흐르면 전문 경영인이 힘을 얻고, 이것은 자본주의에서 불가피한 역사”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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