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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국세청, 현대엘리베이터 파생상품계약 손실에 340억 세금 추징키로

등록 2014-11-05 01:33수정 2014-11-05 09:17

현대그룹 총수 경영권 방어 위한 계열사 동원에 ‘철퇴’
현대그룹. 한겨레 자료 사진
현대그룹. 한겨레 자료 사진
국세청이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외부 투자자들과 파생상품계약을 맺어 발생한 손실에 대해 손비처리를 인정하지 않고 340여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로 했다. 재벌 계열사가 총수의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부담한 파생상품계약 손실에 대해 세금을 추징한 것은 처음이다.

국세청은 4일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에 358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과세예고 통지서(세무조사 결과 통지서)를 보냈다. 이에 앞서 중부지방국세청은 7월말부터 10월말까지 3개월간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법인세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식 투자자들과 파생상품계약을 맺어 발생한 손실은 총수인 현정은 회장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간주해, 손비처리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추징세액 중에서 파생상품계약 관련 세금은 340여억원 정도다. 과세예고 통지는 최종 세금고지서를 발부하기 이전에 밟는 절차로, 기업은 세금추징에 불복할 경우 국세청을 상대로 과세적부심을 신청할 수 있다.

2006년 현대중공업과 경영권 분쟁 일자
‘현대상선’ 우호지분에 수익 보장 계약
5년 동안 거래 손실만 740억 달해
‘경영권 방어’ 손실에 세금 추징 처음
국세청 “총수 사익, 비용 처리 안돼”
현대 쪽 “손비로 인정 않는 건 부당”
경제개혁연대 소송에 영향 미칠 듯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는 2006년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 26.68%를 취득해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면서 현대그룹과 범현대가 간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자, 현대상선 주식을 보유한 외국 투자자인 넥스젠 캐피탈과 케이프 포춘, 국내 투자자인 엔에이치농협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종합금융 등과 파생상품계약을 맺었다. 이들 계약은 투자자들에게 현대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약속받는 대신 주가 하락 때도 연간 5.4~7.5%의 수익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현대상선이 2011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주가가 급락하자,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실보전 규모가 급증했고, 올 3월말 현재 756억원의 거래손실과 387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5년(과세제척기간)에 속하는 2009~2013년에 발생한 총 거래손실은 740억원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파생상품계약 만기 이전에 현대상선의 주가가 회복되지 않아 평가손실이 거래손실로 확정되면, 추가로 4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에 대해 손비처리를 못 받게 된다.

현대는 이에 대해 “현대상선 주식은 회사가 보유하는 총 자산의 약 40%를 차지하고, 대학 연구팀이 평가한 경영권의 가치는 최대 2조원에 달한다.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게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현대는 또 “국세청이 파생상품계약 거래손실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거래이익도 회사 이익에 포함시켜서는 안 되는데, 2007년에 발생한 547억원의 거래이익에 대해서는 이미 세금을 납부했다”며 “국세청의 세금추징은 전례없는 일로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현대는 과세적부심을 신청할 방침이다.

국세청의 세금추징은 경제개혁연대와 스위스 승강기업체인 쉰들러(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검찰고발과 소송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1월 현정은 회장 등 7명의 회사 경영진을 상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상법(제542조의9)은 주요주주에 대한 ‘신용공여’(금전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의 대여, 채무이행의 보증, 자금 지원적 성격의 증권 매입 등)를 금지하고 있다. 총수의 이익(경영권 방어)을 위해 위험성을 지닌 파생상품계약을 맺은 것 또한 신용공여에 해당된다.

경제개혁연대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현대가 재무구조 부실과 경영실적 악화로 지난해말부터 3조원이 넘는 자구계획을 포함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수천억원의 손실을 자초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쉰들러는 2011년부터 파생상품계약 손실을 문제삼아 회사의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쉰들러는 1·2심에서 패소했으나, 지난 7월 대법원은 항소심 파기환송 결정을 내려 쉰들러의 손을 들어주었다. 쉰들러는 또 올해 초 현 회장 등을 상대로 7000억원 규모의 회사 손해를 물어내라는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국세청의 세금추징은 앞으로 재벌 총수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열사를 무리하게 동원해 파생상품계약을 맺는 관행에도 제동을 걸 전망이다. 한 예로 금호그룹의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월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주식 12.8%를 대신증권에 파생상품계약의 일종인 ‘총수익 스와프’ 방식으로 양도했다. 계약 내용은 대신이 주식을 제3자에게 팔 때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일정 금리를 제공하고, 주식 매각에 따른 수익·손실은 모두 아시아나항공에 귀속되는 방식이어서, 앞으로 금호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아시아나항공이 손실을 입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말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이 부도 위기에 몰리자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790억원어치의 기업어음을 사준 뒤 주식으로 전환했다가, 공정거래법 위반(상호출자제한)에 걸리자 파생상품계약을 맺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출자전환 이후 금호산업의 주가하락으로 이미 270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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