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엘리베이터 파생상품계약 ‘회장 이익’ 간주하고도…
애초 200억~300억 세금추징 검토
막판에 뚜렷한 이유 없이 방침 바꿔
전문가들 “전례 없는 일” 지적
애초 200억~300억 세금추징 검토
막판에 뚜렷한 이유 없이 방침 바꿔
전문가들 “전례 없는 일” 지적
현정은 현대 회장의 현대상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어 발생한 손실에 대해 국세청이 손비 처리를 인정하지 않고 회사에 340여억원의 세금 추징 방침을 통보했지만, 정작 회사의 파생상품 거래로 경영권 방어라는 이득을 취한 현 회장에게는 세금 추징을 안 하기로 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그룹은 국세청으로부터 지난 4일 받은 세무조사결과통보(과세예고통지)에 현 회장에 대한 세금 추징 내용이 없고, 앞으로도 현 회장에 대한 과세 계획이 없다는 것을 국세청으로부터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세무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이런 부류의 사안과 관련해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경제개혁연대 채이배 회계사는 “국세청이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주식 관련 파생상품계약 손실을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봐서 손비인정을 하지 않고 세금 추징을 하는 만큼, 세법상 현 회장이 해당 금액만큼 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추징하는 ‘소득 처분’이 당연하다”며 “국세청이 아무 조처를 취하지 않는 것은 특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도 애초 현 회장에게 200억~3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포기했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에 세무조사 결과를 통보하기 직전까지 현 회장에 대한 세금 추징이 유력해 회사가 비상이 걸렸는데, 국세청이 막판에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세금 추징이 이뤄질 경우 당장 200억~300억원의 납부도 부담이지만, 4천억원에 육박하는 파생상품거래 평가손실(지난 3월말 기준)이 향후 거래손실로 확정될 경우 추가로 2천억원대의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국세청의 세금 추징 면제는 큰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청은 현 회장에게 세금 추징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지금까지 법인에 대해 손비 처리를 인정하지 않고도, 대주주의 이득에 과세하지 않은 전례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대신 “(현대의 파생상품거래 손실에 대해 세금을 추징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느냐”며 이해를 구했다.
현대 쪽은 “이사회 전체 결의로 파생상품계약을 맺었는데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인 현 회장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 방어는 현 회장 개인의 이익만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은 앞서 지난 4일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투자자들과 파생상품계약을 맺어 발생한 거래손실 740억원(2009~2013년 기준)을 현 회장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간주해 손비 처리를 인정하지 않고, 340여억원의 세금 추징 방침을 통보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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