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가입 때 비례보상 원칙 불구
확인 시스템 지난달에야 개발
일부에선 지급 보험금 환수 나서
금융당국 “과도기 문제…사라질 것”
확인 시스템 지난달에야 개발
일부에선 지급 보험금 환수 나서
금융당국 “과도기 문제…사라질 것”
“지급된 실손 보험금 절반을 돌려주시거나,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보험료 더 내셔야 합니다.”
김아무개(30)씨는 이달 초 보험회사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김씨가 실손보험에 중복가입돼 있어 회사로서는 보험금의 절반만 줄 의무가 있었던 만큼, 기존에 받았던 보험금의 절반은 돌려달라는 요청이었다.
실손보험은 중복가입돼 있을 경우 비례보상을 한다. 예를 들어 두 개에 가입한 경우 치료비를 두 회사가 절반씩 지급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불필요한 중복가입을 피해야 한다.
김씨가 중복가입돼 있었다는 실손보험은 회사에서 들어준 단체실손보험이었다. 김씨는 “회사가 일괄적으로 가입시켜서 가입 여부를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 쪽에서 가입한 보험회사에 보험금 절반을 다시 신청해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에 돌려주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18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보험사들과 금융당국은 최근 단체실손보험과 개인실손보험의 중복가입 여부를 조사중이며, 조만간 중복가입된 가입자에게 중복가입 사실을 통보해줄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과다청구된 이전 보험금을 되돌려 받기 위한 차원이 아니고, 중복가입 사실을 가입자에게 알려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 사례처럼 몇몇 보험사들은 이미 기존에 추가지급된 보험금 환수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6일 보험개발원이 단체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데 따른 것이다. 개인실손보험에 대해서는 보험사들이 2009년부터 가입자가 다른 실손보험에 들어 있는지를 가입단계에서 확인하고 고객에게 알려왔다. 하지만 단체실손보험 확인 시스템은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지난달에야 개발됐다. 보험사는 이를 통해 뒤늦게 단체실손보험에 중복가입된 가입자를 확인했고, 이에 따라 가입자가 뜬금없는 보험금 환수 통보를 받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보험업계도 난처한 처지에 빠져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뒤늦게 알게 됐더라도 과도하게 나간 보험금을 돌려받는 것이 정당한데다 이전 손해를 메워야 하지만, 돈을 되돌려 달라고 보험가입자에게 요청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민원이 발생하거나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고민하고 있다. 차라리 당국의 확실한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단체실손보험 시스템이 만들어진 초기여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혼선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미 지급된 보험금 환수 요구는 엄청난 민원에 부딪힐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보험사나 당국 입장을 생각해봐도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며, “앞으로는 가입단계에서 중복가입 여부가 가려져 점차 이런 과도기적 문제가 사라질 걸로 본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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