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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저물가 시대, 기업은 제품값을 낮출까?

등록 2014-11-20 19:46수정 2014-11-20 21:00

궁금증 ‘톡’
한 대형마트의 매장 모습.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한 대형마트의 매장 모습.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디플레이션(경기침체에 따른 물가하락)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에코스’(ECOS)에 들어가 전기전자품목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여러 품목의 지수가 100(2012년 기준 지수) 밑으로 뚝 떨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데스크톱(78.39), 노트북(68.05), 휴대용저장장치(72.13), 컴퓨터모니터(83.25) 등의 지금 가격이 2012년에 견줘 더 낮다. 언뜻,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무릅쓴 채 매출을 늘리려 제품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여겨진다. 과연 그럴까?

물가지수를 작성할 때는 ‘품질 조정’ 과정을 거친다. 물가지수는 품질의 변화가 없는, 즉 소비자 후생(효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상품의 품질변화에 따른 가격변동분을 포착해 제거한 뒤 순수한 가격변동만을 반영해야 한다. 예컨대 기존 컴퓨터 모델을 대체해 새 상품으로 출시하면서 가격을 10% 올렸는데 새 컴퓨터가 기존 모델보다 5% 정도 오래 쓸 수 있게 품질이 향상됐다면 순수한 가격상승은 5%가 된다.

오직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처지에서, 임금수준 자체가 아니라 ‘산출단위당 비용’이 관심이듯 판매량 자체는 목적이 아니다. 제품이 잘 안 팔리고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시기일수록 기업은 흔히 판매가격을 낮추기보다는,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조금만 인하하고 대신 품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껌 한통 안에 든 갯수를 하나 빼거나 라면 봉지의 중량을 슬그머니 줄이는 식이다.

새우깡 한 봉지 가격이 30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아졌으나(절대가격 -16.6%) 동시에 중량을 200g에서 180g으로 줄였다면 g단위당 가격이 15원에서 16.6원으로 올랐으므로 품질조정에 의한 가격은 10.6% ‘상승’한 것이다. 순수한 가격하락은 6%에 그친다. 소주의 도수를 낮추는 품질변화도 매출 증가를 꾀하는 방책 중 하나다. 한 병의 가격을 기존 도수와 같게 하거나 아주 살짝 내렸더라도, 그전엔 한병을 3명이 나눠 마셔도 같이 취할 수 있었는데 이제 한병으로 취할 수 있는 사람이 2명에 그친다면 실제론 소주 가격을 올린 셈이다.

문제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생산자물가지수 조사대상품목(900여개)의 품질변화를 일일이 완벽하게 측정하기란 쉽지 않은 작업”(임수영 한국은행 물가통계팀 과장)이라는 데 있다. 품질변화가 제대로 포착되지 않다보니 실질적으론 가격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거나 변함없을 공산이 큰데도 지표상으론 떨어진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임 과장은 “품질변화를 고려하면 생산자 공급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제조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졌다고 단순히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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