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국 제조업의 성장세가 내년에 사실상 멈출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내년에 철강·조선·석유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한국 제조업의 성장세가 사실상 멈출 정도로 나빠질 수 있으며, ‘제2의 외환위기’ 도래 가능성을 사전 차단해야 한다는 민간경제연구소의 경고가 나와 주목된다.
23일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 산업 경기의 7대 특징과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 철강·석유화학·조선업이 불황 사이클에 빠져들고 일부 산업은 생존을 위협받는 국면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내년에 업종별로 건설·해운·기계산업은 회복 단계에, 자동차산업과 정보기술(IT)산업은 후퇴 국면에, 철강·석유화학·조선업은 불황 단계에 각각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는 철강(회복), 석유화학(후퇴), 조선(침체)이 각각 다른 사이클에 있었으나 내년엔 모두 불황(침체)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더 심각한 건 불황 진입의 원인이 구조적인 공급과잉에 있다는 점이다. 철강의 경우 국내 주요 수요처인 건설업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급과잉이 존재하고 중국산 제품의 시장 잠식까지 겹쳐 불황에 빠져들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화학산업 역시 동북아 각국 경제의 과잉 공급으로 인해 성장세가 더뎌질 것이고, 조선업은 전세계적인 선박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신규 수주가 부진하고 수출 단가가 더 낮아져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1997년 한국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한 가지가 철강·화학·조선 등 ‘중후장대’형 장치산업의 과잉 생산능력에 있었던 만큼 이들 산업의 불황이 경제 전반에 확산돼 ‘제2의 외환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며 “금융감독기관은 해당 업종의 유동성과 재무건전성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내년 국내 산업경기는 “취약한 대내외 여건으로 성장세가 극히 제약될 것”이라며 2015년의 특징을 ‘산업 성장의 멈춤(STOP)’으로 꼽았다. 스톱(STOP)은 △엔저 지속에 따른 수출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일본을 넘어서지 못하고 중국에 빠르게 추격당하는 ‘새로운 샌드위치’(Sandwich) △재고·출하증가율이 모두 정체되면서 산업 경기 회복력이 급락하는 ‘제조업 경기 저속주행’(Traffic jam) △철강·석유화학에서 중국 저성장에 따른 수요 부진이 초래하는 차이나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과잉’(Oversupply) △철강·석유화학·기계 중심으로 엔저에 따라 수출 경기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가격 경쟁력 하락’(Drop in Price competitiveness)을 꼽았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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