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더 나빠졌다. 6개월 뒤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은 2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추락하는 소비심리를 돌려 세우지 못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지수화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월에 견줘 2포인트 하락한 103을 기록해 14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올해 2∼4월 108을 유지하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5월에 105로 떨어졌다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8~9월 107로 반등했다. 하지만 한은이 두번째로 금리를 낮춘 10월(105)부터 두달 째 내리막을 걸으며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13년 장기 평균치를 기준(100)으로 삼아 이보다 수치가 크면 소비자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는 낙관적이고 이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항목 가운데 현재와 비교해 6개월 뒤 경기 전망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나타내는 ‘향후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하락한 87로 집계돼, 2012년 12월(85) 이후 가장 낮았다. ‘취업기회전망 소비자동향지수’도 2포인트 떨어진 86을 기록해 역시 23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향후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취업 기대감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한풀 꺾였다. 대출규제 완화와 9·1 부동산대책으로 9~10월 최고치인 124까지 올랐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이달 119로, 한 달 만에 5포인트 떨어졌다. 정문갑 한은 통계조사팀 차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 가파른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타격 우려 등 대외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비자동향조사는 전국 도시 2200가구(응답 2019가구)를 대상으로 지난 12~19일 실시했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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