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아파트 매물 시세판.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궁금증 ‘톡’
최근 전셋값은 오르지만 월세 가격은 반대로 내리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1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11월 월세 가격 동향조사를 보면, 전국 8개 시·도 월세 가격 지수는 전월보다 0.1% 하락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선 1.9% 떨어졌다. 서울의 월세 가격은 8개 시·도 평균보다 더 많이 내려 1년 만에 2.5%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월세 가격이 오른다고 호소하는 세입자가 많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한국감정원은 월세 가격 지수를 계산하기 위해 매월 10일을 기준으로 열흘간 전국 8개 시·도의 표본 월세주택 3000가구의 보증금, 월세액, 전세금(해당 주택을 전세로 거래할 때의 가격)을 조사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전세금 일부를 보증금으로 내고 나머지를 월세로 받는 반전세 주택이 많기 때문에 ‘전월세 전환율’을 이용해 완전월세 가격(보증금 없이 전체를 월세로 받았을 때 가격)을 추정해낸 뒤, 이를 근거로 월세 가격 지수를 계산한다.
문제는 이 ‘전월세 전환율’에 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의 이율을 가리키는 것인데, 전세금이 크게 오르면 월세가 올라도 전월세 전환율은 내린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근거로 완전월세 가격을 계산하니, 월세 가격 지수가 계속 내리는 것으로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아파트의 전세 시세가 2억원인데 이 아파트가 보증금 1억원, 월세 70만원의 보증부 월세로 계약됐다면 이 아파트의 전환율은 보증금 1억원 대신 70만원을 내는 셈이니, (70만원÷(2억원-1억원))×100=0.7%가 된다. 이 전환율에 따라 보증금 1억원도 월세로 환산하면 70만원이 나온다. 완전월세 가격은 이 둘을 더한 140만원이 된다.
이 아파트가 1년 사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80만원으로 바뀌었고, 이 아파트 전세금은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보증금 1억5000만원 대신 80만원을 내는 셈이어서 전환율은 0.53%((80만원/1억5000만원)×100)다. 이 전환율에 따라 보증금 1억원도 월세로 환산하면 53만원이 나온다. 따라서 완전월세액은 133만원이다. 이 세입자의 월세 부담액은 10만원 올랐는데, 전월세 전환율은 떨어지고 완전월세액도 7만원이 내려간 것으로 나오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감정원의 월세 가격 동향조사가 주택시장의 평균적인 가격 변화 흐름을 나타내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월세 가격 통계는 개별 주택의 실제 월세 가격 변동을 잘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또 현실에서 완전월세는 드물고, 전세나 반전세 세입자가 많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임차비용과 괴리가 생기는 측면이 있다. 전세금이 빠르게 오르면 실제 내는 월세는 올라도 전월세 전환율은 내려가게 돼 월세 가격 지수는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월세 통계는 감정원 통계 외에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해 발표하는 통계가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은 새로운 월세 통계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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