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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하하호호’ 여성포럼-‘무표정’ 남성포럼의 엇갈린 두 풍경

등록 2014-12-02 20:16수정 2014-12-03 09:19

울분·박탈감 토로한 여성 모임
웃음과 박수로 공감 나타내

정치판 성토 열올린 경총 포럼
참석자들 무표정한 모습 대조적
tvN드라마 ‘미생’에서 워킹맘이자 커리어우먼으로서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차장(신지영).
tvN드라마 ‘미생’에서 워킹맘이자 커리어우먼으로서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차장(신지영).
“암탉이 울면 접시가 깨진다지만 암탉보다 일찍 깨어나 홰치는 수탉은 세상을 괜히 시끄럽게 만듭니다.” 지난 1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여성과 성장잠재력’ 국제콘퍼런스에서 이민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의 이런 발언에 장내에서 웃음과 박수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참석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다.

지난달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연 ‘한국경제 긴급진단’ 경총포럼의 분위기는 달랐다. “정치인들은 자기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니까 우리 기업이 지금 불황을 맞고 있다는 게 진짜 맞냐고 의심해요. 불황인데 법인세 올리겠다는 나라, 어디 본 적 있습니까?”라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의 발언에, 넥타이를 매고 이른 아침 이 자리에 참석한 200여명의 남성 직장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 참가자는 단 5명이었다.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찬모임으로 열린 ‘남성’ 경총포럼과 그 며칠 뒤 바로 옆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성’ 콘퍼런스는 참가자의 성별만큼이나 분위기가 대조를 보였다. 여성 콘퍼런스에서 이명선 여성정책연구원장은 “기업의 직위 파이프라인을 보면 여성은 중간 관리자급(과장)에선 8분의 1 정도만 살아남고 임원에선 거의 사라지고 볼 수 없다”고 한숨처럼 말했다. “집안에서 아이들이 ‘엄마, 배고파’, ‘내 셔츠 어딨어’하며 모든 일을 엄마한테 매달리는데, 간혹 아빠한테 요구하면 하는 말이 똑같아요. ‘네 엄마는 지금 어딨는데…’”(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대부분 살아남는” 남성 기업인들의 회합 분위기는 이와 많이 달랐다. 이른 새벽부터 집에서 나온 이들은 정부의 경제정책을 질타하는 ‘정치 성토’로 포럼 두 시간을 거의 할애했다. 자신이 다니는 기업과 이름, 직위를 표기한 명찰을 가슴에 달고 테이블마다 빙 둘러앉은 경총 조찬모임의 남성 직장인들은 회장·사장·부장·대리까지 다양했다.

경총포럼의 사회자 김종석 교수(홍익대)는 “기업인들은 어려운 여건을 헤쳐나가려 하는데, 정치권은 안 되는 쪽에 돈과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정치 포퓰리즘이 문제”라고 했고, 패널로 나선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이렇게 아침 일찍 (부지런하게)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모여 조찬포럼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덕담을 던졌다.

한쪽에선 여성이 기업 및 노동시장에서 겪는 고통과 울분·박탈감을 내뱉고, 다른 쪽에선 가사노동에 하루 30분도 채 쓰지 않는 남성 직장인들이 기업활동 자체보다는 정치를 비판하며 새벽부터 네크워크 형성을 도모하는 두 풍경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어 보였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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