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차기 행장 후보로 확정되면서 ‘정치금융’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 들어 금융권 요직을 꿰찬 ‘정치금융 인사’가 줄잡아 5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사라진 자리에 전문성 없는 정치권 주변 인물이 낙하산으로 내려오거나, 정권 핵심부에 줄을 대 금융권 최고경영자 자리를 낙점받는 정치금융이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조차 배제된 채 ‘윗선’에서 내려꽂는 사례가 횡행하면서, 과거 관치금융 시절보다 인사 난맥상이 훨씬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련 금융기관의 자료를 종합하면, 현재 금융권에서 정치금융 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은 최고경영자 7명, 감사 12명, 사외·상임·비상임이사 28명 등 47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최고경영자 가운데 정치금융 인사는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등이다. 이들은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하거나 적극적인 지지 활동을 벌인 공로로 최고경영자 자리를 꿰찼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안홍철 사장은 야권 인사들을 비방한 트위터 글로 인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이덕훈 행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금융 인맥의 핵심으로 꼽힌다.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내정자와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대선 캠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는 금융당국도 실체를 모르는 ‘이광구 내정설’이 결국 현실이 되면서, 정권 실세에 의한 내려꽂기 인사라는 주장이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기관의 2인자로서 최고경영자와 함께 최대 수백조원의 금융자산을 감독하는 책임을 나눠 맡는 감사 자리에는 금융과는 관련없는 정치권 주변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우리은행 감사에는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정수경 변호사가 최근 선임됐고, 새누리당 공천으로 2012년 총선에 출마했던 정송학 전 광진구청장은 자산관리공사(캠코) 감사 자리를 차지했다. 수출입은행 공명재, 한국거래소 권영상, 경남은행 박판도, 한국투자공사 박병문, 기술보증기금 박대해, 아이비케이(IBK)캐피탈 양종오, 캠코선박 정상옥, 서울보증보험 조동회, 에스지아이(SGI)신용정보 박정웅 감사도 정치금융 인사로 꼽힌다.
사외·상임·비상임이사 자리에도 한나라당 대표 특보를 지낸 조용 기업은행 사외이사,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역임한 홍일화 산은지주 사외이사 등 정치권 인사 수십 명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 경력이 없는 비전문가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해당 조직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 발휘가 제대로 되지 않고 내부 통제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관피아는 전문성과 경험이라도 갖췄지만 최근의 정치금융은 ‘무경험·무원칙·무질서’ 등 ‘삼무인사’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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