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서울역점.
유통시장 ‘갑’의 횡포 어디까지
납품업체에 비용 떠넘긴 롯데마트
경영정보 요구 이마트·현대백화점
공정위, 14억·3억 과징금 각각 부과
롯데마트엔 곧 추가제재 내리기로
납품업체에 비용 떠넘긴 롯데마트
경영정보 요구 이마트·현대백화점
공정위, 14억·3억 과징금 각각 부과
롯데마트엔 곧 추가제재 내리기로
국내 유통업계 ‘빅3’인 롯데마트·이마트·현대백화점이 납품업체에 부당한 요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15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특히 롯데마트는 최근 1년2개월간 납품업체에 판매촉진행사 비용 16억500만원을 부당하게 전가한 것으로 밝혀져 시정명령과 함께 13억8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롯데마트의 부당이득 반환 등 추가 제재와 과징금을 확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대형마트의 부당행위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되긴 했으나, 납품업체에 직접 부당이익을 반환하라고 명령한 사례는 없어 향후 결정이 주목된다.
롯데마트 횡포는 힘없는 납품업체가 겪는 서러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정위 조사 내용을 보면, 롯데마트는 2013년 2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창고형 할인매장 ‘빅(VIC)마켓’에서의 시식행사 계획을 세워 대행업체에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대행업체는 롯데마트 지시에 따라 1456회의 시식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롯데마트 대신 납품업체에 행사 인력의 급여와 보험료뿐만 아니라 조리기구와 일회용품 등의 비용 일체를 받았다. 행사 계획조차 몰랐던 149개 납품업체들은 롯데마트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시식행사 비용을 어쩔 수 없이 대야 했다. 부담 비용은 16억500만원에 이른다.
대규모유통업법(제11조)은 대형 유통업체가 시식 등 판촉행사를 할 때 판촉비용 분담비율·금액 등을 납품업체와 사전에 약정하지 않고 비용을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대등한 입장이 아니어서 시식행사 등을 거절하거나 협의하기 어렵다. 시식비용은 100만~200만원이지만, 주로 ‘1+1’ 등 다른 행사와 함께 진행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유통업계 관행이다. 공정위 결정을 따를지는 최종판결문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납품업체에 경영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한 이마트와 현대백화점도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2억9000만원씩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마트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48개 납품업체에 전자우편을 통해 경영정보를 요구했다. 경쟁업체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에서 올리는 월별·연도별 매출액은 물론 상품 납품가, 공급수량, 판촉행사 계획 등을 달라는 것이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5월 문을 연 서울 가산동 가산아울렛과 내년 개점 예정인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을 준비하면서 납품업체들에 같은 요구를 했다. 2013년 3월과 올해 3월에 130여개 납품업체에 롯데·신세계 등 경쟁업체에서 올리는 매출액과 판매수수료율 등을 캐물었다. 게다가 전자우편으로 정보를 구하면서 입점의향서를 첨부해 해당 아웃렛에 입점하려면 경영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했다.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가 새 제품이 나오면 경쟁 마트에 대한 납품 가격 등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제품 입점을 쥐락펴락할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내준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문제가 된 것은 회사 차원이 아니라 바이어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다. 지적이 된 만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대규모유통업법(제14조)은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알게 될 경우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상품공급조건이나 판촉행사를 강요하는 등 불공정행위로 이어질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서남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대형유통업체의 판촉비용 전가와 경영정보 요구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엄중한 제재를 통해 위반행위를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다른 유통업체들도 부당한 요구를 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 내년 1월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정훈 김효진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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